인공지능(AI) 기술 격차가 비수도권과 취약계층의 기본권 배제로 이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기기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법제적 권리 보장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첨단 디지털 기술 보급 수준을 넘어 역량과 활용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을 헌법상 권리 침해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법제연구원은 2026년 10월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5회 한국법률가대회 및 제1회 세계법률가대회에서 ‘AI시대의 디지털 소외와 지역적 포용’ 세션을 열었다. 사단법인 한국법학원 창립 70주년을 맞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8개 기관이 ‘법을 통한 사회통합’을 대주제로 공동 주최한 대회다. 연구원은 AI·디지털 법제와 지역 법제를 접목한 대응 방안을 논의 안건으로 올렸다.

에밀 로자 데 실레스(Emile Loza de Siles) 미국 뉴욕 로스쿨 방문교수는 미국의 지역 및 소득별 디지털 격차 현황을 짚고 기술 접근성과 활용 기회를 넓히기 위한 민관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 국립중흥대학교 린위메이(Yuh-May Lin) 교수는 정보 접근 불평등이 인공지능 격차로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를 분석하며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이순태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을 좌장으로 김지민·권수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재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유재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이 의견을 나눴다. 김지민 부연구위원은 지역 간 AI 활용 불균형을 해소하고 디지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지역 지원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권수진 부연구위원은 격차 심화에 따른 기본권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입법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4대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 수준은 96.6%에 달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역량 수준은 65.9%에 그쳤다. 일반 국민의 AI 서비스 이용 경험률이 59.4%인 반면 정보취약계층은 31.9%에 머물러 기술 발전이 취약층 소외를 가속하는 양상이다.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조와 제49조가 기술 이용 기회의 공평한 부여와 지원 시책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규정만으로는 고도화된 AI 환경 속 지역 간 권리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국운 한국법제연구원장은 “디지털 소외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 실현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지역적 포용을 AI시대의 법제적 과제로 인식하고 공감대를 넓혀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자체 맞춤형 디지털 권리 보장과 국가 입법정책 지원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