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돌려받으려 대포통장 계좌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오히려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물어주게 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이 통장 명의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패소한 피해자에게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비용 청구서가 날아오는 셈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 A 씨는 자신의 피해금이 송금된 계좌 명의인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1명에게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계좌 명의인 역시 대출 사기 등 유사 수법에 속아 계좌를 넘겨준 사실이 인정되면서 법원이 불법행위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이후 법원으로부터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 등이 포함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정본을 송달받았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을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제1심 판결이 확정되거나 집행력을 갖추면 승소한 상대방은 민사소송법 제110조에 따라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을 신청해 변호사 보수와 소송 실비를 청구할 수 있다. 상환액은 실제 지급액 전액이 아니라 대법원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정한 소송목적의 값 기준 상한액 한도 내에서 정해진다.

대법원은 계좌 대여자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더라도 접근매체 양도 당시 해당 계좌가 구체적인 사기 범행에 쓰일 것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양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돼야만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과실 방조 책임을 인정한다(2013다48913 판결). 통장에 들어온 피해금을 조직원이 즉시 인출해 명의인에게 귀속되지 않았다면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책임도 묻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통장 명의인이 대출 사기 피해자이거나 범죄 가담 정황이 뚜렷하지 않은 사안에서 무작정 민사소송을 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오동현 변호사는 "법적으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이 내려진 경우 상대방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며 "상대방의 계좌정보 등 지급 방법을 모를 때는 판결문이나 결정문에 기재된 상대방 대리인 연락처를 확인해 문의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를 통해 소송비용 부담을 조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정본을 송달받은 당사자는 계산 오류나 법령 위반이 있다면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즉시항고 없이 결정이 확정되면 집행권원이 된다. 채권자가 예금이나 급여 등에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으므로, 결정문에 적힌 상대방 대리인에게 변제 계좌를 확인하거나 분할 납부 합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