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중·고등학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거나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경쟁을 차단한 교복 대리점 10곳을 제재했다. 학교주관구매 제도 아래에서 소수 지역 대리점들이 '낙찰 순번제'와 들러리 투찰을 동원해 고가 낙찰을 유지해 온 구조적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경기 용인, 울산, 경북 영천 등 3개 지역 19개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총 51건의 교복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10개 교복 대리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가운데 8개 사업자에는 과징금 총 1억 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26년 10월 13일 밝혔다.
지역별 담합 실태
적발된 대리점들의 담합 방식은 조직적이었으며 장기간 이어졌다. 경북 영천의 2개 대리점(스마트학생복·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은 2018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개 중·고교의 29건 입찰에서 직전 입찰 탈락 업체가 다음에 낙찰받는 이른바 '낙찰 순번제'를 운영했다. 대리점 대표자가 바뀐 뒤에도 후임자가 담합 합의를 넘겨받아 유지했고, 2024년부터는 낙찰예정자 투찰가를 33만 8,000원, 들러리는 34만 원으로 구체적인 액수까지 사전 조율했다.
용인시 처인구 4개 대리점(스마트학생복·아이비클럽·엘리트학생복·쎈텐학생복 용인점)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5건의 입찰에서 낙찰 희망 명단을 문자메시지로 공유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사전 담합 결과 예정가격 대비 평균 낙찰률은 98.29%에 달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는 스마트학생복 신갈점이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을 막으려고 스쿨룩스 기흥점에 전화해 들러리 입찰 참여를 요청했다. 울산 남구의 2개 대리점 대표는 과거 직장 동료였던 친분을 이용해 카카오톡으로 6개 학교의 6건 입찰에서 낙찰자와 투찰가를 결정했다.
과점 구조와 제도의 맹점
공정위는 이들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8호가 금지하는 입찰 담합(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역별로는 용인 처인구 4개 업체에 과징금 7,200만 원, 영천 2개 업체에 2,100만 원, 울산 남구 2개 업체에 9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용인 기흥구 2개 업체는 시정명령 처분만 받았다.
2015년 전국 도입된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는 학교장이 입찰로 업체를 선정해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지역 교복 시장이 소수 브랜드 대리점 위주의 과점 구조로 형성돼 있어 경쟁 회피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노린 담합이 반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가 2010년 이후 전국에서 적발해 제재한 교복 입찰 담합만 52건에 이른다.
처벌 기준 상향과 상시 감시망 가동
공정위는 지난 4월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높이고 반복 담합 사업자 가중 제재를 명시하도록 과징금 고시를 개정했다. 배문성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교복입찰 담합 52건을 적발해 제재했다"며 "앞으로는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고 반복 담합 사업자는 더 엄중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5월부터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복 입찰 정보를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과 연계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시스템 분석으로 이상 징후나 담합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 곧바로 직권조사에 착수해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