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재구성한 범죄 현장과 딥페이크 판별 결과를 형사재판 증거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범죄 수사와 증거 분석 전반에 AI 도입이 빨라지면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과학수사관의 고유 가치와 법적 기준을 세우려는 취지다.
경찰청은 2026년 11월 4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제12회 국제 CSI 컨퍼런스(CSI KOREA 2026)를 연다고 11월 2일 밝혔다. 2015년 시작해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직전인 2025년 제11회 대회 당시 전 세계 29개국에서 4,916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했다.
올해 대회의 핵심 의제는 ‘AI 시대, 과학수사관의 가치와 역할을 묻다’로 정해졌다. 전문 세미나에서는 딥페이크 판별, AI 기반 현장 재구성, AI 증거의 기술적 한계와 형사소송법적 쟁점, 법의학·법심리 등을 분야별로 다룬다.
법조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적 분석 결과가 형사재판에 제출될 때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주요 과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른 증거에 의하도록 정한다.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다루는 AI 분석 자료의 법정 허용성과 조작 가능성 검증 논의는 향후 재판 실무의 법적·기술적 기준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외 석학들의 강연도 이어진다. 첫날인 11월 4일에는 미국 AI 윤리 연구소(Ethics Lab) 설립자 겸 소장인 칸수 칸카가 ‘과학수사를 위한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는다. 찰스 라멘스 인터폴 재난희생자 신원확인(DVI) 담당관과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이즈미 마쓰다 교수도 초청 강연자로 나선다.
같은 날 열리는 제78회 과학수사의 날 기념식에서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관리시스템의 국제표준 ‘ISO 21043-2’ 공식 인증식이 열린다. ISO 21043-2는 과학수사 분야 증거물의 인식·기록·채취·수송·보관을 규정한 국제표준 규격이다. 경찰청이 세계 최초로 해당 규격의 인증기관으로 공인받은 뒤 일선 경찰청 업무에 도입한 첫 사례다.
과학수사 유공자 포상도 함께 이뤄진다. 20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활동한 김장한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와 혈중알코올농도 분석 및 감정기법을 개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학과 음주연구실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17년간 혈흔형태 분석 및 현장감식 전문가로 활동한 최하영 충북경찰청 경위는 특별승진한다. 제3회 국제 지문감정 경연대회(IFEC)와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 활용사례 공모전 입상자 시상도 열린다.
이틀째인 11월 5일 오후 3시에는 과학수사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공동 저자인 고나무 작가가 사회를 맡고, 권일용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윤외출 전 경남경찰청 수사부장이 참여한다. 행사장에는 AI와 로보틱스, 드론 등 과학수사 연구개발(R&D) 홍보관 20개와 체험관 10개, 우수 학술 포스터 및 현장사진 각 20점이 전시된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AI가 과학수사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기에 국내외 과학수사 전문가와 현장 과학수사관들이 모여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학수사관의 본질적 역할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공식 웹사이트 사전등록이나 당일 현장등록을 거쳐 참석할 수 있다. 전용 홈페이지와 유튜브로도 실시간 생중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