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보이스피싱을 당한 데 이어 부대 동기에게 명의를 도용당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용된 계좌가 불법 리딩방 사기에 쓰이고 가전렌탈 계약까지 체결되는 식이다. 명의도용 피해자가 자칫 사기 공범으로 몰리거나 부당한 채무를 떠안지 않으려면, 계좌를 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수사 초기부터 소명하고 금융회사와 렌탈사를 상대로 법적 방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의 법률 상담 내역에 따르면, A 씨는 군 복무 중 피싱 피해를 겪은 뒤 동기에게 명의와 계좌를 무단 도용당했다. 동기는 A 씨 계좌를 리딩방 사기 범죄에 이용하고, A 씨 명의로 가전렌탈 계약까지 맺어 사익을 챙겼다.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인 동기를 고소한 A 씨는 자신이 겪게 될 법적 문제와 대응 방안을 문의했다.

타인이 동의 없이 계좌를 리딩방 사기에 이용했다면 계좌 명의인은 피해자다.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사기죄 처벌 대상은 명의를 도용한 가해자다. 다만 명의인이 계좌나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직접 빌려준 사정이 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및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혐의로 조사받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타인에게 접근매체의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넘기거나 대가를 받고 일시 사용하도록 한 인식이 인정되어야 처벌하며, 동의 없이 도용당한 피해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2021도1116). 송 변호사는 “계좌를 어떻게 넘기게 되었는지, 동의했는지 여부를 고소장과 진술에서 분명히 해 두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싱을 당한 경위와 명의가 넘어간 과정, 관련 거래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다.

리딩방 피해자의 신고로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정한 기한 내에 대응해야 한다.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면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에 따라 계좌 전부를 지급정지하고, 금융감독원은 제5조에 따라 2개월간 채권소멸절차 개시를 공고한다. 명의인은 제7조에 따라 공고일로부터 2개월 안에 금융회사에 명의도용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필요하면 신고한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내야 계좌 잔액 소멸을 막을 수 있다.

본인 모르게 체결된 가전렌탈 계약은 렌탈회사에 명의도용 사실을 알리고 고소장 접수 증명이나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제출해 요금 청구 중지와 계약 무효 처리를 요청해야 한다. 렌탈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요금을 계속 청구하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있다. 채권추심이 들어오면 같은 자료로 이의를 제기해 방어해야 한다.

가해자가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이더라도 고소 사건 수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가해자가 기소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직접 배상명령을 신청하거나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 다만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판결을 받아도 실제 배상받기 어려울 수 있어, 명의도용으로 발생한 채무가 피해자에게 넘어오지 않도록 막는 조치가 우선이다.

병영 내 스마트폰 사용 허용 이후 생활관 내 개인정보 노출을 악용한 명의도용과 이른바 렌탈깡 등 복합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24년 5월 21일 저신용자 등의 명의를 동원해 고가 가전제품을 렌탈한 뒤 일련번호를 훼손해 중고로 처분하는 수법으로 26억 원을 가로챈 조직 총책 등 5명을 구속하고 39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허위 명의를 이용한 사기 범행이 당사자의 신용을 악화시켜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