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달아나 제3국 여권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온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일당이 붙잡혔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사법당국이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다. 국내 수사망을 피해 중동에 은신처를 꾸린 초국가 범죄조직 핵심 수뇌부가 현지 강제 수사로 일망타진됐다.

경찰청 본청 국제공조1과가 주도하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UAE 수사당국과 현지 합동작전을 벌였다. 이어 3조1,000억 원 규모의 불법 사이버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총책급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고 2026년 10월 14일 발표했다. 이번 검거 작전명은 아랍어로 파멸과 멸망을 뜻하는 ‘HALAK(할라크)’다.

사실관계

검거된 피의자는 2조6,000억 원대 도박사이트 총책 A 씨와 부총책 B 씨, 5,000억 원대 도박사이트의 핵심 개발자 C 씨 등 3명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국내 송환 승인이 난 B 씨와 C 씨의 신병을 확보해 10월 1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 UAE 현지에 수감 중인 총책 A 씨는 현지 당국과 협의를 마치는 대로 국내로 압송할 계획이다.

총책 A 씨와 부총책 B 씨는 2016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달아났다. 피의자들은 추적을 따돌리려 위·변조하거나 부정 취득한 제3국 여권을 쓰며 신분을 세탁했다. 사이트 관리와 단순 가담자 등 하위 조직원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분산 배치했다. 자금 관리와 핵심 지휘를 맡은 총책급은 사법 공조가 까다로운 UAE로 거점을 옮겨 수시로 거처를 바꾸며 숨어 지냈다.

범행 수법과 도피 행각

이들은 도피 기간에도 불법 도박사이트 ‘베트이스트(BetEast)’를 홍보했다. 해외 프로축구팀 경기장과 유니폼에 스폰서 광고를 싣는 등 대범함을 보였다. 경제관념이 약한 국내 중학생 등 청소년까지 유인해 도박 영업망에 동원하면서 청소년 도박 중독과 2차 범죄를 키웠다.

수사망을 피해 중동에 정착한 뒤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급 외제차, 고가 명품 소비, 고급 식당 이용 등 초호화 생활을 과시했다. 국내 유명 인사를 현지로 초청해 접대하는 등 범죄 수익을 바탕으로 은신처에서 호화 도피를 지속했다.

추적 성과와 향후 일정

함께 송환된 개발자 C 씨는 2026년 7월 범정부 TF가 UAE 현지 공조로 송환했던 10조8,000억 원대 사이버도박 사이트 총책 조직의 핵심 기술진으로 조사됐다. TF는 출범 이후 UAE 수사당국과 긴밀히 공조해 이번 작전까지 누적 13조4,000억 원 규모의 사이버도박 조직을 단속했다.

경찰은 송환된 B 씨와 C 씨에게 형법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끈질긴 추적과 UAE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피의자들을 전격 검거해 10년여간의 도피 행각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해외 은닉 재산을 적극 추적해 범죄 수익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밟아 조직의 해외 은닉 자산을 동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