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에 따라 새로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인력 부족 상태에서도 정권 관련 수사를 맡았던 전문 수사관들을 대거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미달 상황에서 결격 사유가 없는 베테랑 수사관은 떨어지고 음주운전 처벌 전력자나 감찰 대상자는 합격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채용 공정성 시비가 거세지고 있다.
중수청은 2026년 10월 2일 전체 정원 2,874명 중 66.1%인 1,900여 명만 선발한 채 문을 열었다. 특히 수사 실무의 허리 역할을 맡아야 할 4급은 정원 221명 중 22.6%, 5급은 355명 중 31.8%만 충원돼 심각한 결원 상태를 보였다. 지원자 전원을 채용해도 정원에 미달하는 구인난 속에서 특례임용을 진행했으나 중간 간부급 충원율은 20~30%대에 그쳤다.
결원 사태 속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일선 수사관들은 줄줄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징계나 감찰 이력이 없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수사관, 대검찰청 반부패부 회계분석 수사관, 금융·증권 분야 1급 공인전문수사관, 자금추적 전문수사관 등이 대거 탈락했다. 탈락자 중에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했거나 범죄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이 포함됐다.
반면 징계 전력이나 감찰 이력이 있는 지원자들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음주운전 처벌 이력이 있는 수사관과 별개 비위 사안으로 감찰을 받던 수사관이 합격해 현직에 배치되기도 했다. 과거 수사 대상 기업 측에서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로 감찰받던 공소청 수사관은 특례임용을 거쳐 중수청 팀장으로 발령받았다. 10월 1일 발표된 초대 수원지방중수청장 내정자 김형근 변호사 역시 과거 서울고검 검사 시절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2023년 2월 법무부로부터 견책 징계를 받은 전력이 드러났다.
중수청 측은 외부위원들이 경력과 근무 태도를 종합 평가해 공정하게 선발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특정 분야 수사를 맡았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음주운전 징계 전력자도 사건 경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임용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은 10월 20일 취임식에서 "어떤 사건을 다루든, 수사의 대상이 누구든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중대 범죄에 대해서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의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인사 잡음 탓에 초기 중대범죄 수사 역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월 2일 출범 시점을 못 박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해 수사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수청은 특례임용 미달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경찰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를 대상으로 연내 경력경쟁채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