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주변에 머물던 경찰의 부패 범죄 수사망이 지역 공직사회 전반으로 넓어진다. 법조·군·경찰·세무 등 전 직역이 대상이다. 공직자가 가족이나 지인 명의 차명 법인을 내세워 일감을 독점하거나 민간 브로커와 결탁해 뒷돈을 챙기는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는 2026년 10월 28일, 오는 11월 1일부터 2027년 10월까지 1년간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관 1,839명을 투입해 ‘지역 유착 5대 비리 특별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한 1차 토착비리 단속을 마무리하고, 대상과 범위를 넓혀 2단계 수사에 돌입하는 조치다.
1차 단속 2,288명 적발…법조·군·경찰로 전선 확대
경찰이 전선을 넓힌 배경에는 1차 단속에서 드러난 고질적 유착 구조가 있다. 경찰은 지난 8개월간 벌인 1차 단속에서 785건, 2,288명을 적발해 1,09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31명을 구속했다. 범죄수익 약 40억 원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마쳤다.
적발 인원 가운데 공무원이 1,015명으로 44%를 차지했고 민간기업 관계자가 862명으로 38%였다. 특히 구속된 31명 중 10명(32%)은 공직자와 업체를 연결한 알선 브로커로 나타났다. 비리 유형별로는 예산 집행을 조작한 재정비리가 1,114명(48.7%)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권한남용이 968명(42.3%), 내부정보 이용 114명(5.0%), 부당계약 74명(3.2%)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은 행정기관 중심의 단속만으로는 지역 토착 카르텔을 끊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단속 대상을 기존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지방공기업 등 지방행정 영역에서 법조, 군, 경찰, 교정, 세무, 소방, 교육 등 지역 공직사회 전 직역으로 넓혔다. 지난 7월 경찰청 본청에 신설한 지역 유착비리 대응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시도경찰청 수사 인력을 유기적으로 가동한다.
차명 수의계약·정비사업 등 5대 유형 정조준
중점 단속 대상인 5대 비리는 직무비리, 금품수수·알선비리, 수의계약·재정비리, 인사비리, 조합비리다. 특히 전관 세력과 민간 브로커가 개입한 청탁, 공직자가 차명이나 가족 법인을 내세운 불법 수의계약,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집행부의 금품 비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실제 1차 단속에서도 편법·불법 수의계약으로 149명이 적발돼 52명이 송치됐으며 이 중 53명(35.6%)이 알선 브로커였다. 경남 거창에서는 타인 명의로 업체를 차려 군청과 28차례에 걸쳐 5,8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은 기초의원이 적발됐다. 경기남부에서는 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계약금액 중 4억5,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지방의원 등 2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법리 공방 예고…몰수보전 청구 대폭 늘어날 듯
수사 확대에 따라 지역 관급 계약과 정비사업 분야의 법적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12조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3조는 지방의원과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지분을 가진 법인이 해당 기관과 영리 목적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와 형법상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된다.
경찰은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범죄수익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청구도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수사 성과를 낸 경찰관에게는 특별승진과 포상금 지급을 늘린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반칙과 부당한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지역 유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지역 유착비리 단속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경찰의 핵심 추진과제로 삼아 앞으로도 성역 없는 고강도 수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