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중인 택시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차가 그대로 출발해 다쳤다면, 운전자가 차 안에서 단순히 안부만 묻고 떠났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동승자가 당황해 얼떨결에 괜찮다고 대답했더라도 운전자의 구호 조치와 인적사항 제공 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

최근 정차한 택시 뒷문을 열고 타려던 A 씨가 문이 열린 채 출발한 택시에 3초가량 끌려갔다. A 씨는 도로에 넘어져 무릎과 허리 등을 다쳤다. 당시 택시기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괜찮냐고 물었고, 놀란 일행이 무심코 괜찮다고 말하자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택시회사 측은 순서대로 서 있던 택시를 타지 않은 승객 잘못이며 기사가 탑승 사실을 몰랐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에서는 승객 승하차 여부를 살피지 않고 출발한 행위 자체가 운전자의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도로교통법 제39조 제3항은 운전 중 타고 내리는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문을 정확히 여닫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승객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0호의 승객 추락방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종합보험 가입 여부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는 12대 중과실 사고 중 하나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사가 하차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떠난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뺑소니)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직접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부상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동승자나 주변 사람 말만 믿고 현장을 떠난 경우 도주의 고의를 인정해 왔다(2007도2085 판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구호 조치와 인적사항 제공 의무는 운전자의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법적 의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2000도1731 판결). 기사가 뒤늦게 승객 탑승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정주성 변호사(법무법인 초원)는 "운전자는 승객이 안전하게 탑승했는지 살펴야 하므로 미처 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일행이 괜찮다고 말했다고 해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부상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구호 조치 없이 떠났다면 도주치상 혐의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탑승 중 출발 사고로 피해를 봤다면 현장에서 무심코 괜찮다고 말하지 말고 즉시 통증을 밝혀야 한다. 운전자가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났다면 곧바로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야 한다. 이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에 교통사고를 정식 접수하고, 택시공제조합에 대인 접수를 요구해 치료비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