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수천만 원을 빌려준 뒤 상대방 연락처가 바뀌고 연락이 끊기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쳐 돈을 돌려받을 길이 있다. 상대방이 두 가지 신분을 사용해 인적사항이 불명확하더라도 송금 계좌를 바탕으로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법적 신원을 특정한 뒤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
최근 법률 상담 창구에는 연인 관계에서 전세자금과 생활비, 병원비, 부모 항공료 등 명목으로 약 5,000만 원을 수차례 빌려주었으나 상대방이 잠적해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 호소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송금 내역과 변제를 약속한 모바일 메신저 대화를 확보하고 있으나, 상대방이 과거 분실한 신분과 가출 이후 성당에서 새로 만든 신분 등 2개의 신분을 사용해 특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 제294조에 따르면 법원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 필요한 조사를 촉탁할 수 있다. 소장 접수 단계에서 피고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를 명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송금받은 은행 계좌번호나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로 사실조회를 신청하면 인적사항을 보완할 수 있다. 법원의 보정명령을 받아 주민센터에서 피고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뒤 당사자표시정정신청서를 제출하면 정상적인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연인 간 금전 거래에서는 대여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다. 민법 제598조의 금전소비대차와 민법 제554조의 증여를 가르는 기준에서 상대방이 단순 증여나 공동생활비였다고 항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타인 계좌에 돈을 송금한 사실만으로는 대여에 관한 의사합치를 단정할 수 없으며, 금전소비대차 성립 증명책임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채권자에게 있다고 본다.
차용증을 쓰지 않았더라도 송금 목적과 변제 약속이 담긴 메신저 대화, 계좌 이체 내역을 날짜별로 연결해 증거를 정리해야 한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연인 사이에서 지급한 돈은 증여나 공동생활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전세자금, 병원비 등 각 송금 목적과 변제 약속이 담긴 대화를 정리해 대여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이 차용 당시부터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제3자에게 돈을 받아 갚겠다고 속여 금전을 편취했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고소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 진정한 용도를 속였거나 객관적인 변제 의사나 능력 없이 변제할 것처럼 속여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의 편취 고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