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돈을 보낸 뒤 대포통장 명의자를 고소했지만, 벌금형 약식명령으로 끝나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수사망이 넓어져 미끼문자 발송책 등 상선 조직원이 검거돼 사기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겨진다면 형사재판부에서 직접 배상명령을 받아낼 길이 다시 열린다.
대포통장 상대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이유
당초 범행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에게 배상명령을 받아내기 어려웠던 이유는 법률상 요건 탓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은 형법상 사기나 횡령 등 법정 범죄의 공판 절차에서만 배상명령을 허용한다. 통장 대여 행위에 주로 적용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배상명령 대상 범죄가 아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계좌를 양도한 피고인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피해자의 배상명령 신청을 법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2017고단4661). 서면 심리로 끝나는 약식명령 절차 자체도 배상명령 요건에 맞지 않는다.
미끼문자 발송 등 상선 기소 시 신청 가능
반면 다른 관할 검찰청으로 송치된 미끼문자 발송책, 현금 전달책, 총책 등은 적용 죄명부터 다르다. 이들은 단순 계좌 대여를 넘어 사기 범행에 직접 분업 가담한 공범으로 분류된다. 검찰이 이들에게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정식 기소하면 배상명령 신청 대상이 된다.
1심 변론종결 전까지 서면 제출 필수
피해자는 형사사법포털에서 피의자들의 재판 회부 여부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법원이 직권으로 배상명령 안내문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다. 사건이 정식 공판에 넘겨져 지방법원 단독 사건 번호인 '고단'이나 합의부 사건 번호인 '고합'이 부여되면 곧바로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소송촉진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제1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관할 재판부에 배상명령신청서를 내야 한다. 신청서에는 송금 내역서와 입금 증빙 자료를 첨부해 피해 액수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며, 별도의 법원 인지대는 들지 않는다.
합의 타진과 배상명령 각하 대비책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들은 실형을 피하거나 감형을 받기 위해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른 형사공탁을 하거나 피해자 측에 합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합의 의사가 전달될 경우 피해액 전보 범위와 배상명령 신청 상황을 종합해 합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다만 가해자가 여럿이어서 범죄 가담 정도가 엇갈리거나 배상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이 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에 따라 배상명령을 각하할 수 있다. 대법원은 배상책임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때에는 배상명령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2도7144). 배상명령이 각하될 때는 확정된 형사 유죄 판결문을 증거로 첨부해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