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된 통장 대여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더라도 경비원 취업 자체가 당장 가로막히지는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현행 법령에 따라 수사 단계에서는 경비업 결격사유 조회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단순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사기방조 등이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판결 확정 즉시 법정 결격사유에 해당해 일자리를 잃는다. 온라인 법률 상담 등에서 "무조건 취업 불가"라거나 반대로 "유죄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식의 잘못된 안내가 쏟아지면서 구직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수사 단계에선 결격사유 통보 안 돼
경비업법 제10조 제3항은 법률에 규정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을 경비원으로 채용하거나 근무하게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경비업자가 경비원을 배치할 때 관할 경찰관서장에게 배치신고를 하면 경찰이 결격 여부를 조회해 업체에 알린다.
핵심은 경찰 단계의 조사가 통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결격사유 확인을 위한 범죄경력조회 때 경찰은 확정된 형벌 전과만 회보한다.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받는 사실이나 조사 예정 내역 같은 수사경력자료는 경비업체에 넘어가지 않는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채용이 취소되거나 배치가 가로막히지는 않는 셈이다.
형량 따라 엇갈려…집행유예 확정 시 직권 통보
취업 후 재판 결과에 따라 신분 유지는 크게 엇갈린다. 경비업법 제10조 제1항 제3호와 제4호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을 일반경비원 결격사유자로 못 박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대가를 약속하고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대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단독 범행으로 혐의가 가벼워 벌금형만 확정된다면 계속 일할 수 있다. 절도·강도나 성범죄와 달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경비업법상 벌금형 결격 범죄군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통장 명의자에게 형법상 사기방조죄를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범죄 악용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해 초범임에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경비업법상 결격사유가 발생한다. 경비업법 제17조에 따라 관할 경찰관서장은 경비원에게 결격사유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업체에 통보하며, 경비업체는 당사자를 즉시 배제해야 한다.
초기 대응 중요…기망 피해 소명해야
경찰 조사 초기 단계에서 어떤 혐의를 받고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생업 유지의 성패를 가른다. 대출이나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 조직에 속아 카드를 넘겼다면, 범행을 도울 의도가 없었다는 점과 속아서 넘긴 경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기소유예나 소액 벌금형 이하로 형량을 낮춰야 한다.
경비업체 역시 주의해야 한다. 근로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풍문이나 진술만으로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 다툼이 번질 수 있으므로 관할 경찰서의 정식 결격사유 회보를 확인한 뒤 인사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 계좌 지급정지로 급여 통장 이용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현금 지급 등 합법적인 임금 지급 방식도 사전에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