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내 모욕이나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을 고소한 뒤 배정된 수사관이 게임 시스템이나 신조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기피를 신청했다가 낭패를 보는 고소인이 늘고 있다. 단순한 지식 부족이나 소통 과정의 답답함은 경찰 내부 규정상 기피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기각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제9조는 사건 관계인이 수사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경찰관이 피해자나 피의자의 친족인 경우를 비롯해 사건 청탁, 폭언이나 가혹행위 등 인권 침해, 방어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30일 이상 수사를 방치했을 때처럼 불공정한 수사를 할 우려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일선 형사팀이나 경제팀 수사관이 인터넷 은어나 게임 진행 흐름을 즉각 파악하지 못하는 사정은 불공정 수사 의혹이나 비위로 인정받기 어렵다.
기피 신청 절차를 밟으면 담당 경찰관서 청문감사인권관실 등 감사부서가 접수해 수사부서장 의견을 묻는다. 수사부서장이 사유를 인정하면 3근무일 이내에 수사관을 재지정한다. 반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접수일로부터 공휴일을 제외하고 7일 이내에 5인으로 구성된 공정수사위원회를 열어 교체 여부를 심의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7일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수사관 교체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4년 2월부터 접수 단계 체크리스트와 객관적 소명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기피 신청 수용률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2021년 69%에 달했던 수용률은 2024년 44%, 2025년 40%로 낮아졌다. 2026년 상반기에는 접수된 3,143건 중 38%만 받아들여졌다.
기피 신청이 각하되거나 기각되면 기존 수사관이 조사를 계속 진행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쉽다. 국가경찰위원회가 2022년 3월 21일 개정한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동일한 사건 기피 신청은 최대 2회까지만 허용된다. 명백한 비위나 인권 침해 정황 없이 주관적 불만으로 신청 카드를 소진하면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교체 요구권을 쓰지 못할 위험이 따른다.
실무 전문가들은 수사관과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보다 입증 서류를 보강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피해 정황과 함께 게임 용어, 시스템 흐름, 해당 은어가 모욕이나 사기에 해당하는 이유를 주석과 도표 형태로 정리한 ‘수사 참고 의견서’를 내는 방식이다. 경찰로서도 활자로 정리된 증거가 갖춰져야 조서를 작성하기 수월하다.
만약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계정 사기 사건이 전문 부서가 아닌 일반 형사팀이나 생활안전 부서에 배정됐다면 기피 신청 대신 관할 경찰서 민원실이나 수사부서에 ‘사이버수사팀 부서 재배당’을 공식 요청하는 편이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