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을 노린 납치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과 필리핀 경찰이 신고 접수부터 가상자산 추적, 인질 구출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는 실전 모의훈련을 벌였다.

경찰청은 2026년 10월 1일 필리핀 마닐라 현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에서 필리핀 경찰청 납치전담수사국(AKG)과 함께 납치 대응 합동 모의훈련(FTX)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을 비롯해 인질 구출을 맡는 위기협상 전문요원과 몸값 추적을 담당하는 가상자산 전문 사이버수사관이 파견됐다.

훈련은 과거 마닐라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납치·구출 사건을 토대로 진행됐다. 필리핀 경찰 작전상황실로 피랍 신고가 접수되는 상황부터 비상 전파와 지휘, 현장 출동, 피해자 소재 추적, 최종 구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양국 경찰이 합동으로 밟았다.

수사 실무에서는 한국 경찰의 전문 수사기법 전수가 핵심으로 다뤄졌다. 최근 해외 납치 조직들이 몸값으로 암호화폐를 요구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해 가상자산 지갑 주소 추적 기법을 공유했다. 인질의 생존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단계별 위기협상 절차도 현지 경찰에 전달했다. 훈련 당일 주필리핀 대사관에서는 '납치사건 대응을 위한 한·필 합동 콘퍼런스'도 함께 열렸다.

이번 훈련은 현지 교민과 출장자, 여행객을 겨냥한 강력범죄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외교부 집계 기준 필리핀 내 한국인 납치 피해는 2023년 5건, 2024년 1건, 2025년 3건이었으며, 2026년 8월과 9월에도 마닐라 일대에서 한국인 2명이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주필리핀 대사관은 지난 9월 현지 경찰을 사칭한 불시 검문·연행 방식의 납치에 주의하라는 안전 공지를 내기도 했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은 "실제 발생한 납치 사건을 토대로 한·필리핀 경찰이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구조까지 전 대응 절차를 함께 점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외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청 납치전담수사국도 한국인 관련 납치 사건을 적극 수사하고 피의자 검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찰청은 이번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국제 치안협력 규정에 따라 동남아시아 주요국 법집행기관과의 실전형 공조 훈련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