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시스템의 도움 없이 감정관의 육안과 수작업만으로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는 국제 경연에서 대한민국 경찰 수사관이 국내 부문 1위에 올랐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증거물인 현장 지문 감정의 증명력을 국제 무대에서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 과학수사분석과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공동 주최한 '제3회 국제 지문감정 경연대회(IFEC)'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2026년 9월 17일 한국시간 기준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온라인 동시 접속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현직 수사관과 과학수사 전문가 279명이 참가했다.

경연 방식은 실무자의 감정 역량을 철저히 검증하도록 설계됐다. 통상 수사 현장에서 쓰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배제한 채, 참가자가 문제로 제시된 지문과 일치하는 것을 50개 보기 중에서 직접 육안으로 식별해야 했다. 난이도별 차등 배점을 적용한 총 20문항으로 치러졌으며, 오답을 고르면 해당 문항 배점의 50%를 깎는 감점제를 둬 감정의 정확성을 높였다.

국내 부문 1위는 지문감정 경력 5년 10개월의 김채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분석과 전문경력관이 차지했다. 2위는 2024년 제1회 대회 우승자인 김경엽 광주경찰청 형사과 경위, 3위에는 이한새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가 이름을 올렸다. 해외 부문에서는 21년 넘는 경력을 지닌 이탈리아 헌병대 소속 로베르토 카르디아(Roberto Cardia) 감정관이 1위에 올랐고, 브라질 연방경찰 소속 수사관들이 2위와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2024년 한국 경찰청이 세계 최초로 창설한 뒤 2회부터 인터폴과 공동 주최로 승격됐고, 올해부터는 공식 인터폴 로고를 사용해 국제 정례 대회로 자리 잡았다. 참가 인원도 국내 경찰관 68명과 해양경찰 4명, 관련 학과 전공자 12명을 비롯해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해외 41개국 195명으로 확대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경연이 형사재판 실무에서 경찰 지문 감정서의 법정 공신력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3항은 감정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감정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규율하고 있으며, 실제 법정에서는 전산 추출 이후 감정관 개인의 특징점 분석 과정이 타당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퉈지기 때문이다.

살 쿠베르트(Tsara Couvert) 인터폴 선임 지문감정관은 “세계 지문감정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지문감정 분야의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미경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은 “올해 대회는 인터폴과의 공동 개최 체제를 공고히 해 전문성과 국제적 공신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국내 1위에 오른 김채원 전문경력관은 “실제 의뢰 지문과 유사한 고난도 문제를 접할 수 있어 뜻깊은 기회였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지문감정관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전문성을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