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거리와 언어 장벽으로 사법 공조 사각지대로 꼽히던 중남미 권역 도피 사범들이 다자 치안협력망 가동 직후 잇달아 붙잡혔다. 경찰청이 중남미 경찰협력기구 가입 직후 현지 수사당국과 실시간 공조해 사기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면서 해외 도피망 차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국제치안협력 국제공조1과는 중남미 경찰협력기구 아메리폴(AMERIPOL) 가입 직후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피의자 2명을 각각 콜롬비아와 스페인에서 검거했다고 2026년 9월 22일 밝혔다. 당초 목표였던 11월 정기총회보다 앞선 8월 28일 아메리폴 특별회의에서 회원국 만장일치 지지로 옵저버(Observer) 지위를 확보한 지 열흘 안팎 만에 거둔 성과다.

콜롬비아·스페인 넘나든 도피 경로 차단

경찰청에 따르면 중남미로 도피했던 사기 혐의 피의자 A 씨는 2026년 9월 7일 콜롬비아 현지 공항에서 당국에 검거됐다. A 씨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쳐 한국으로 자진 입국하는 형태로 송환을 마쳤다.

베네수엘라에 은신 중이던 또 다른 사기 혐의 피의자 B 씨는 9월 9일 콜롬비아를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동선이 포착됐다. 경찰청은 외교부, 주콜롬비아·주베네수엘라·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스페인 경찰청과 이동 경로를 실시간 공유한 끝에 마드리드 현지에서 B 씨를 붙잡았다. B 씨는 범죄인 인도법 제3조와 제10조에 따른 외교 경로 인도 청구 절차에 따라 국내 송환을 위한 사법 심사를 받고 있다.

중남미 치안외교 기반 다자 공조 성과

2007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제1차 미주 경찰청장 회의를 계기로 창설된 아메리폴은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등 역내 국가들이 마약 밀매와 인신매매, 스캠 등 초국가 조직범죄에 맞서기 위해 운영하는 협력기구다. 한국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서 발부 외에 실시간 소재 파악이 어렵던 중남미 지역 수사 공백을 메우고자 치안 외교를 집중 추진해 왔다.

정부는 2026년 2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방한 당시 치안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어 7월 대통령 칠레 순방 계기 경찰청(카라비네로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사전 협력 기반을 다졌다. 신병 확보 직후 경찰청은 아메리폴 사무국 및 회원국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공조 결과를 공유하고 추가 추적 방안을 논의했다.

도피처 다변화 차단…송환 사법망 확대

경찰청 통계를 보면 해외 도피사범은 2024년 951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 7월 기준 595명에 이르는 등 연간 1,000명 안팎에 달한다. 미국·중국·동남아 등 기존 도피처를 벗어나 사법 공조망이 비교적 닿지 않던 중남미와 유럽으로 경로가 다변화하는 추세다.

이번 검거는 정식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 여부를 떠나 국제형사사법 공조법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에 근거한 권역별 네트워크가 실시간 수사에 유효함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아메리폴 관계자는 한국 가입 직후 이뤄진 첫 공조 성과에 기여하게 돼 기쁘며 역내 회원국과 한국 경찰 간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가입과 신속한 검거로 인터폴에 이어 중남미 권역까지 국제 공조체계를 넓혔다고 밝혔다. 이어 유로폴·아프리폴·걸프폴·아세아나폴 등 다른 권역별 기구와 협력도 지속 강화해 초국가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스페인 사법당국의 범죄인인도 심사가 끝나는 대로 B 씨의 국내 압송을 집행하고 11월 예정된 2026 아메리폴 정기총회에 참석해 공조 체계를 다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