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 숙련기술자의 작업 행동과 판단 등 비정형 노하우를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데이터로 구축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선도사업에는 예비타당성조사 특례를 부여한다. 단순한 데이터 전산화 지원에 머물던 종전 법제를 제조업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 지원 체계로 전면 재편하려는 취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구자근 의원 등 10인은 2026년 10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률 제명을 '산업인공지능전환 촉진법'으로 바꾸고, 목적 규정부터 산업데이터와 신뢰 기반 인공지능의 활용 생태계 조성을 명시했다.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와 R&D 특례 신설

개정안은 '산업인공지능전환', '산업인공지능제품', '제조인공지능전환 얼라이언스',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 등 핵심 개념을 신설했다. 제조기업과 인공지능 공급·수요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면 공동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금융 지원, 규제 개선을 묶어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숙련기술자의 암묵지로 불리는 비정형 현장 데이터를 수집·보존하는 사업을 신설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축적하는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도록 규정했다. 산업인공지능전환 선도사업을 추진할 때는 연구개발(R&D)과 예비타당성조사 특례를 적용하며, 산업 AI 제품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실증·성능인증 및 안전관리 체계도 함께 도입한다.

단순 디지털화에서 인공지능 전환으로

현행법은 2022년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으로 제정된 뒤 2025년 12월 일부개정을 거쳐 2026년 7월 1일부터 인공지능 선도사업과 전문회사 규정이 일부 반영됐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주력 제조업의 생산성 정체가 심화하면서 개별 기업 단위의 지원을 넘어 산업 전반의 협업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22대 국회에서는 2026년 7월 27일 산자중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장철민 의원이 동명의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당시 장 의원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산업 AI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의 필수 과제"라며 "법안이 제조 AI 대전환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법안 심사와 예산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영업비밀 보호와 권리 배분 과제

법안이 통과되면 전통 제조업체는 생산공정에 AI를 도입할 때 R&D 집중 지원과 인증 특례 혜택을 받는다. AI 솔루션 기업은 제조 현장 데이터에 제도적으로 접근할 통로를 얻게 된다. 핵심 공정 데이터가 모이는 과정에서 제조기업의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샐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개정안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영향도에 따라 산업데이터에 등급별 보안체계를 도입하도록 규정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데이터 사용·수익권 배분 기준과 영업비밀 보호 장치를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소관위원회인 산자중기위에 회부된 뒤 입법예고와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