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성평등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성별 정책 사각지대를 밝혀낼 정밀한 데이터 구축과 남성의 돌봄 권리 보장이었다. 성평등 정책이 기존 여성 중심 틀에서 벗어나 남성의 노동·돌봄 경험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가 정책 수요자들에게서 공식 제기됐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10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만 19~39세 청년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을 열었다. '모두의 성평등 : 청년이 생각하는 성평등정책, 어디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청년들은 100GB의 가상 정책화폐를 10개 정책 과제에 직접 모의 투자하는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매겼다.

데이터와 남성 돌봄 장벽 완화에 모인 표심

모의 투자 결과 청년들이 가장 많은 재원을 배분한 1위 과제는 '성별에 따른 정책 사각지대 파악을 위한 데이터 강화'(16.7%)였다. 뒤이어 '남성의 돌봄제도 이용 장벽 완화'가 13.5%로 2위를 차지했고, '폭력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 개선'(13.2%), '성별 고정관념을 줄이는 관계·역할 교육'(12.9%), '성별 집중 직종의 진입 장벽 완화'(9.5%) 순으로 집계됐다. '병역의무 이행과 청년기 부담 완화'는 8.7%를 기록했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 제17조는 성인지 통계 산출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법적 책무를 넘어, 청년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균형을 실증할 세부 통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수혜 대상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안별 영역 구분…'아빠 육휴'는 성평등 핵심 과제

남성의 경험을 다루는 정책 성격을 두고는 사례별로 시각이 뚜렷하게 갈렸다. '아빠의 육아휴직'에는 참가자의 49.4%가 "성평등정책이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답해 양성평등기본법 제24조에 따른 일·가정 양립 지원을 성평등의 본질적 과제로 규정했다. "다른 정책 중심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33.3%, "다른 정책으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는 17.3%였다.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업무 배치'(46.9%)와 '군복무의 시간'(45.0%),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43.2%)은 다른 부처 중심 정책에 성평등 관점을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립 청년 등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청년' 문제는 61.2%가 성평등보다는 일반 복지 정책으로 다루는 편이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하는 방식의 전환과 범부처 연계 과제

발제를 맡은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연구본부장은 "청년의 삶은 달라졌지만 성별에 따라 역할과 부담을 나누는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성평등정책이 단순히 남성을 수혜 대상에 추가하는 데 그쳐선 안 되며, '돌봄 책임이 없는 자'를 전제로 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8월 30일 성별 기대를 논의한 1차 공론장에 이어 이번 2차 공론장에서 나온 투자 순위와 제안을 종합해 정책 과제를 다듬을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서로 다른 경험과 판단을 정책에 함께 담아가는 것이 '모두의 성평등'의 의미"라며 "다양한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과제를 구체화하고 타 부처 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