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무작위로 접근해 존재하지도 않는 월세 미납이나 채무를 들먹이며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공갈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이 "IP 주소를 땄다", "집으로 찾아가겠다"며 수십만 원의 입금을 재촉하더라도 이는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허위 협박에 불과해 일절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

불상의 인물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익명성을 악용해 피해자에게 타인의 이름을 대며 인적사항을 요구한 뒤, "월세를 못 받았다", "IP 주소를 이미 확보했다"고 위협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해자는 보이스톡을 걸며 처음에는 5만 원을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 금액을 40만 원으로 증액해 즉시 송금하라고 압박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쓴다.

수사 실무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메신저 일대일 대화만으로 상대방의 실제 인적사항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중앙 서버형 메신저 환경에서는 일반 이용자가 채팅 상대방의 개인 IP 주소나 실제 거주지, 전화번호를 취득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고들어 소액을 가로채려는 '무작위 공포심 유발형 변종 피싱·공갈미수'로 규정한다.

대전고등검찰청 수사사무관 출신인 이병창 법무사는 "상대방은 피해자의 실제 인적사항이나 IP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위로 겁을 주어 소액을 편취하려 한 것"이라며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를 신고하고 방을 나간 조치는 피싱범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가장 완벽한 초기 대처"라고 설명했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미수범 역시 형법 제352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대법원은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권리행사를 빙자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어 공포심을 일으키고 금전을 요구하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다(91도2127).

비슷한 협박을 받았다면 절대 돈을 보내지 말고 즉시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 상대방이 다른 계정을 만들어 협박성 메시지나 통화를 반복할 수 있으므로, 대화방을 나가기 전에 상대방 닉네임과 대화 전체 화면을 캡처해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 카카오톡 대화 기록은 서버에 통상 2~3일간만 보관되므로 초동 캡처가 필수다.

지속해서 협박당할 경우 화면 캡처 자료를 갖추어 정보통신망법 위반(불안감 조성)이나 형법상 공갈미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오픈채팅이나 메신저 프로필에 실명, 얼굴 사진, 전화번호, SNS 계정이 노출되어 있다면 익명 프로필로 전환하거나 비공개로 설정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