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피해자와 가해자가 얽힌 관계성 범죄가 강력사건으로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 수장이 현장 보호망 점검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단순한 범인 검거를 넘어 피해자 신변 안전과 고위험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수사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026년 10월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와 마포구 서울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방문해 피해자 보호 현황과 응급입원 대응 실태를 직접 살폈다. 마포경찰서에서는 피해자 안전조치용 스마트워치 작동 과정을 점검하고 피해자전담경찰관, 학대예방경찰관(APO) 등 실무진의 어려움을 들었다.

김 직무대행은 현장 간담회에서 "경찰은 범인 검거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과 회복까지 살피는 것을 중요한 수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각종 안전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세밀하게 살피고 피해자들이 피해의 고통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 일선에서는 보호 장비 부족과 절차 지연이라는 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용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2년 1만 4,208건에서 2025년 2만 1,974건으로 늘었고 2026년 9월 기준 1만 9,223건에 달했다. 반면 경찰이 보유한 스마트워치는 2023년 1만 대에서 2024년 7,700대, 2025년 6,300대, 2026년 9월 기준 5,200대로 줄어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해자 분리를 위한 법적 절차의 한계도 지적된다.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법원의 서면경고, 접근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유치 등 잠정조치를 규정하지만 경찰은 검사에게 청구를 신청해야 한다. 10월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를 거치며 몇 시간 이상 지연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울산경찰청의 경우 유치장 유치 신청 60건 중 25건이 검사 단계에서 불청구됐다고 짚었다.

김 직무대행은 국정감사에서 "관계성 범죄의 경우 보호조치 등이 사법작용이라기보다는 행정절차에 많이 기인하고 있다"며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청소년 수사 인력 부족 문제도 행정안전부와 지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점검한 정신응급 대응은 2022년 10월 서울시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가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뒤 12개 시도경찰청 15개 팀으로 확대됐다. 경찰관 103명과 지자체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합동 배치돼 전체 경찰 응급입원 의뢰 1만 8,877건 가운데 50%인 9,444건을 처리하며 초동 조치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현장 점검에서 확인한 실무 의견을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지표를 정비하고 본청 차원의 피해자 보호 지원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법무부가 관리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중 경찰 집행 비중이 약 5.5%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예산 확보와 입법 과제 해결이 향후 피해자 보호망 안착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