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에서 112에 신고하면 출동한 경찰관이 경비원 호출 없이도 아파트 공동현관을 즉시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국 255만 세대로 확대됐다. 신고자가 본인이 접수한 사건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도 개편됐다.

경찰청은 2026년 11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112는 언제나 국민 곁에 있습니다'를 주제로 제69주년 112의 날 기념식을 열고 이 같은 긴급신고 대응체계 개선 성과를 발표했다. 112 긴급신고 체계는 1957년 7월 치안본부가 서울과 부산 지역에 112 비상통화기를 최초 설치하며 시작됐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매년 11월 2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0월 19일 구축을 마친 '출동경찰관 공동현관 자동출입시스템'의 전국 확대다. 종전에는 경찰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출동할 때 경찰관서별로 출입카드나 무선인식(RFID) 스티커를 소지하거나 경비원 호출에 의존해야 했다. 아파트관리신문 등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경비원이 순찰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공동현관 출입이 지연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새 시스템이 연동된 아파트에서는 출동 경찰관의 업무용 휴대전화와 공동현관의 블루투스가 3m 이내에서 연결돼 문이 즉시 열린다. 앞서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서울 강남, 경기 수원영통, 경기 화성동탄, 대구 수성 등 4개 관서 관내 약 35만 세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거쳤다. 이어 2026년 8월부터 10월까지 사업비 2억1,000만 원을 투입해 참여 민간업체를 2곳에서 5곳으로 늘렸다. 적용 대상도 국토교통부 기준 전국 공동주택 1,233만 세대의 20.7%인 약 255만 세대로 7배 이상 넓혔다.

연간 약 1,800만 건에 이르는 신고 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절차도 개선했다. 경찰청은 10월 19일 112신고포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편해 신고자가 사건 진행 경과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처리 결과 안내 문자 통지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현장 대응력 강화는 2024년 7월 3일 시행된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약칭 112신고처리법)에 법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법은 급박한 상황 시 현장 출동 경찰관의 건축물 등 긴급출입 권한을 법률로 직접 규정했다.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 타인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허위·거짓신고 행위자에게는 1차 위반 200만 원, 2차 400만 원, 3차 500만 원 등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했다. 실제로 전남경찰청은 2026년 1월부터 10월까지 범죄예방 기여 시민 83명에게 총 1,87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허위·거짓신고 행위자 34명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거나 즉결심판에 넘겼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현장 대응 유공자 포상과 우수사례집 발간도 함께 진행됐다.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를 검거한 분당경찰서 김성엽 경위, 고위험 자살시도자 응급입원 조치를 한 경남경찰청 김영환 경사, 서울 영등포경찰서 최소연 경장 등이 긴급신고 현장대응 최우수 경찰관 표창을 받았다. 동아일보와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배지혜 경위, 충북 진천경찰서 이정현 경위, 부산경찰청 정병필 경위 등 3명은 '올해의 112요원'으로 선발돼 승급과 표창을 받았다. 현장대응 최우수 시·도경찰청으로는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이 선정됐다. 이 밖에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소방청, 해양경찰청, 산림청 등 공동대응 기관 유공자와 일반 국민 등 18명에게 표창과 감사장을 수여했다. 제6회 바른 112신고 공모전 수상작 18편을 시상하고 현장 우수사례집 『2026 소리로 보는 사람들』도 공개했다.

경찰청은 앞으로 자동출입시스템 참여 보안·플랫폼 업체를 추가로 확보해 적용 단지를 넓히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차세대 112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12는 지난 69년의 세월 동안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365일 24시간 쉼 없이 안전을 수호하는 든든한 비상벨 역할을 다 해왔다"며 "앞으로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첨단 시스템 도입을 통해 국민 안전과 일상의 평온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