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이나 가정폭력, 교제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에게 흉기 소지나 주취 폭력 습벽이 확인되면 경찰이 직권으로 구속과 유치 등 강제 격리를 추진한다. 경찰이 관계성 범죄 가해자의 신병 확보를 평시보다 최대 4배 이상 늘렸으나, 검찰과 법원의 영장·잠정조치 인용 비율은 오히려 평시보다 낮아져 강제수사 요건을 둘러싼 기관 간 시각차도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가 2026년 11월 4일 발표한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 결과를 보면, 경찰은 10월 19일부터 10월 30일까지 12일간 총 4만4,540건을 점검했다. 최초 점검 대상 4만3,712건에 점검 기간 추가 접수된 사건을 더한 수치로, 당초 목표 대비 101.9%를 점검 완료했다.
점검 대상 가운데 현재 수사 중인 사건 1만5,840건 중 32.0%인 5,068건은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됐다. 수사 중인 관계성 범죄 약 3건 가운데 1건이 중대 범죄로 번질 우려가 큰 사건인 셈이다. 재범 위험 집중 관리군인 모니터링 A등급 대상자 2만1,614명을 재점검한 결과에서도 위험성이 추가로 드러난 176명에게 입건 전 조사(내사) 102건, 보호조치 25건, 안전조치 54건을 보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기존에 종결 처리됐던 스토킹 신고 6,504건 가운데 조치가 미흡했던 83건도 새로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고위험 사건을 중심으로 가해자 격리조치 신청은 평시(1~9월)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점검 기간 구속영장 신청은 총 376건으로 일평균 31.3건을 기록해 평시(일평균 7.2건) 대비 334% 증가했다.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해자를 가두는 유치 신청은 총 506건(일평균 42.1건)으로 평시(일평균 13.9건)보다 203% 늘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신청은 총 321건(일평균 26.8건)으로 평시(일평균 9.2건) 대비 193% 증가했다.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제3호의2), 또는 국가경찰관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유치(제4호, 최대 1개월)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1항 제5호 역시 판사가 행위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의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과 달리 실제 법원의 발부·결정 비율은 평시보다 떨어졌다. 구속영장은 376건 중 80건이 발부돼 발부율이 평시 49.3%에서 21.3%로 28.0%포인트 하락했다. 유치 결정은 506건 중 116건(23.0%), 전자장치 부착 결정은 321건 중 104건(32.4%)으로 평시 결정률(유치 27.2%, 전자장치 35.1%)보다 각각 4.2%포인트, 2.7%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신청 모수가 크게 늘면서 일평균 실제 발부·결정 건수는 구속영장이 평시 3.6건에서 6.7건(86% 증가), 유치가 3.8건에서 9.7건(155% 증가), 전자장치 부착이 3.2건에서 8.7건(171% 증가)으로 모두 늘었다.
경찰청은 인용률이 낮아진 이유를 두고 “피의자 격리를 위해 구속영장과 유치, 전자장치 부착을 병행 신청해 일부 조치만 인용된 사례가 다수 포함됐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 있어 최종 발부율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가해자 신병 분리를 위해 구속영장과 유치, 전자장치 부착을 동시에 신청하는 기조를 넓히면서 검찰과 법원의 심사 업무량이 늘고 위험성 판단 기준을 둘러싼 쟁점도 부각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도 병행 확대됐다. 점검 기간 일평균 민간경호 지원은 3.6건으로 평시(1.2건) 대비 154% 늘었고, 임시숙소 연계는 일평균 8.6건으로 평시(4.2건)보다 247% 증가했다. 이번 전수점검은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과 제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수사기관에 신고되거나 관리 중이던 관계성 범죄가 잇달아 살인 등 강력범죄로 비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신변보호보다 가해자 격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YTN에 따르면 이은의 변호사는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대상 안전조치는) 불온한 마음을 가지고 극단적인 형태의 피해를 일으키려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막을 수 없으며, 가해자를 직접 분리·격리하는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스마트워치는 가해자가 피해자 위치를 모를 때는 유용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위험을 인지하는 순간은 이미 가해자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여서 근본적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부일보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관내 여성청소년과 실무 경찰관은 “점검과 분류를 철저히 했음에도 사건이 발생하면 담당자의 책임이 더욱 커진다”며 “이러한 막중한 책임 부담이 여청과 기피 현상과 인력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토로했다.
교제폭력에 관한 입법 공백도 남은 과제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과 달리 교제폭력은 별도 특별법이 없어 접근금지나 유치 같은 잠정조치 규정이 없다. 형법상 폭행·협박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강제로 격리하기 어렵다. 경찰은 고위험 대상자 모니터링과 가해자 격리 위주의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유관 부처·국회와 협의해 교제폭력 관련 법률 제·개정 논의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