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기 직전인 2026년 9월,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단순 사기로 넘긴 사건에서 살해 방조와 조직적 범행 등을 밝혀낸 수사 결과들이 우수 사례로 꼽혔다.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직접 보완수사가 전면 폐지되면서, 이번 발표는 기존 형사부 체제에서 거둔 사실상의 마지막 직접 보완수사 성과가 됐다.

공소청 본청(구 대검찰청)은 2026년 11월 2일 전국 검찰·공소청에서 9월 한 달간 처리한 일반 형사사건 가운데 '우수 수사사례' 6건과 송치사건을 신속·충실하게 처리한 '우수 검사' 4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전지방공소청 공주지청(지청장 김진우)은 모텔에서 출산한 뒤 영아를 살해한 친모에게 의사 고용비 명목으로 308만 원을 받아 챙겨 경찰에서 단순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친부 B 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수사팀은 계좌와 휴대전화 분석, DNA 압수수색을 거쳐 B 씨가 텔레그램에서 의사 행세를 하며 영아 살해를 부추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방조) 및 사기 혐의로 B 씨를 직접 구속기소했다.

수원지방공소청 여주지청 형사부(부장검사 이윤환, 주임검사 한우현 변호사시험 11회)는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했던 종교단체 사건을 피해자 이의신청으로 넘겨받아 진상을 규명했다. 피해자 전원 조사와 심리분석, 모바일 메신저 대화 약 6만2,000건 분석을 거쳤다. 이를 토대로 종교단체 리더가 "이탈하면 지옥 간다"고 협박해 10년간 신도들을 고립시키고 2억6,000만 원 상당을 갈취·폭행한 혐의(공갈 등)를 밝혀내 구속기소했다.

수원지방공소청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구민기)는 이혼소송 중 가정폭력을 피해 피신한 아내를 찾아가 5세 딸 앞에서 살해한 30대 현직 공무원 A 씨를 9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성남지청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 A 씨가 피해자의 가정폭력 신고로 재산분할과 양육권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저지른 보복 목적의 계획범행임을 입증했다. 아울러 민법 제924조와 제932조에 따라 A 씨의 친권 상실 및 피해 아동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하고, 지자체·경찰·아동보호기관 등 8개 기관 사건관리회의를 소집해 유족 지원을 연계했다.

허위 자백과 조작된 증거를 바로잡은 사례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곽계령)는 타인 명의 휴대전화로 피해자 6명에게 35차례 음란·협박 메시지를 보낸 뒤, 약 4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명의자에게 허위 자백을 지시한 사건을 보완수사해 진범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부산지방공소청 여성·아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은윤, 주임검사 박창규 변호사시험 13회)는 14세 여학생이 또래 약 15명에게 일방적 폭행을 당하고도 쌍방 학교폭력으로 송치된 사건을 바로잡았다. 경찰 기록에 누락된 녹음파일을 다시 확보해 가해자들이 싸움 동의 영상을 허위로 촬영한 사실을 밝혀내고, 공범 2명을 추가 인지해 총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전주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부(부장검사 장태형, 주임검사 박은혜 변호사시험 9회)는 불법 도박자금을 대여금 등으로 위장해 법원에서 허위 지급명령 등을 받아낸 소송사기 사건을 수사해, 전국 20여 개 법원 기록과 계좌 분석으로 조직원 3명을 추가로 밝혀내고 1명을 구속기소했다.

송치사건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처리한 우수 검사로는 4명이 선정됐다. 의정부지방공소청 고양지청 형사2부 김나리(41기) 부부장검사는 3개월간 6개월 초과 장기미제 26건을 포함해 총 430건을 처리했다. 파주 카페 냉동창고 살인사건 주임검사로서 보완수사를 거쳐 카페 업주를 피유인자살해 및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수원지방공소청 형사4부 황선진(변호사시험 13회) 검사는 3개월간 배당받은 840건 중 장기미제 29건을 포함해 650건을 처리했다. 전주지방공소청 형사1부 박형중(변호사시험 7회) 검사는 장기미제 44건을 포함해 452건을 처리하며 70억 원대 무자료 석유판매 사건의 실업주를 특정했다. 인천지방공소청 형사4부 최진혁 검사도 장기미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한 공로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9월 우수사례는 2026년 10월 1~2일을 기점으로 78년간 유지된 검찰청 체제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개편되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기 직전에 거둔 성과다. 10월 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에 따라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협의요청서와 검사의 7일 내 의견제시서, 이행결과 통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 제도 시행 이후 일선에서는 사건 처리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1과 문화일보 등에 따르면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안미현 부부장검사는 11월 1~2일 페이스북에 "A 검사가 송치받은 야간주거침입절도 사건에서 일몰 시각 확인은 검색해서 기록에 첨부하는 데 5분도 안 걸리지만, 검사가 직접 하면 증거능력이 없어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해야 한다"며 "경찰의 협의요청서, 검사의 7일 내 의견제시서 등 절차를 거치면서 5분이면 될 일이 15일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고 적었다. 서울광역공소청 공봉숙 검사도 11월 2일 페이스북에서 "공소청·법원·경찰 모두 일이 많아지는데 실체적 진실, 피해자 보호에서는 더욱 멀어지는 매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화일보에 따르면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1월 1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방문해 "신속·공정한 수사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하며, 2027년부터 경위 이하 우수 수사관 약 600명의 근속승진 기간 1년 단축과 사건수사비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