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명예훼손 사건을 고소한 뒤 경찰로부터 '수사중지' 통지를 받았더라도 사건이 영구 종결된 것은 아니다. 피의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외부 단서를 보완해 제출하면 언제든 수사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2026년 11월 2일 네이버 지식iN 법률상담 게시판에는 직전 고소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경찰로부터 "피의자 특정되지 않아서 인적사항이 확인될 때까지 수사중지"라는 우편물을 받았다는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사진과 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1심 벌금형 재판 결과 문자 등이 유포된 데 따른 고소였다. A 씨는 9월 27일 작성된 게시글이 3시간 만에 삭제되기 전 화면과 인터넷 주소(URL)를 캡처해 제출했다. 가해자의 거주 지역과 네이버 블로그 주소도 알고 있었지만 수사가 멈췄다며 대응 방법을 물었다.
경찰수사규칙 제98조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소재불명인 경우 등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중지(피의자중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혐의가 없어 사건을 끝내는 불송치 결정과 달리, 피의자의 인적사항이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워 수사를 일시 보류하는 처분이다. 문화일보의 11월 4일 자 보도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독자적 수사중지권이 도입된 이후 관련 결정 건수는 4년 새 약 49% 늘어 연간 12만 건을 넘어섰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서 수사중지가 빈번한 이유는 인터넷 게시글의 기술적 특성과 짧은 통신자료 보관 기한에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비방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거짓 사실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김광석 변호사는 "네이버를 포함해서 게시사이트에서 글을 삭제하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 제2호에 따른 전기통신사업자의 컴퓨터통신 및 인터넷 로그기록자료, 접속지 추적자료 의무 보관 기간도 '3개월 이상'에 불과하다. 통화일시나 기지국 위치추적자료 보관 기한이 12개월(시내외 전화 6개월)인 것과 비교하면 온라인 범죄 수사의 시간적 제약이 크다. 작성자가 글을 지우거나 3개월이 지나 인터넷 프로토콜(IP) 접속 기록이 폐기되면 익명 사이트 자체 기록만으로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워진다.
고소인은 수사중지 통보를 받았더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피의자 신원을 확인할 단서를 추가로 제출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경찰수사규칙 제102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중지 사유가 해소되면 지체 없이 수사재개서를 작성하고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식iN 상담 답변에서도 "수사중지 결정은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일시보류한 상태"라며 고소인의 사진이 있는 블로그 주소를 수사관에게 전달하라고 조언했다.
수사중지 결정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 제4항에 따라 경찰은 수사중지 결정 후 7일 이내에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검사는 30일 이내에 기록을 검토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고소인은 블로그 소유자 정보 사실조회 등 피의자 인적사항 단서를 보완해 경찰에 수사재개 신청서를 낼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3에 따른 시정조치 요구 및 상급경찰관서 이의신청으로 수사 재개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