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일수 업체에서 일하며 고금리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 민사상 강제집행에 나섰다가는 원금은커녕 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라 연이율 60%를 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가 전부 무효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수 사무실에서 일했던 27세 남성 A 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B 씨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고 65일 동안 매일 2만 원씩 총 130만 원을 상환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B 씨가 물건값 등을 이유로 추가 대출을 요구하자 A 씨는 자신이 보증인으로 서류에 이름을 올려 600만 원 대출까지 내줬다. 그러나 B 씨는 상환 약속을 어겼고 일수 사무실 대표마저 잠적해 A 씨는 800만 원가량 손해를 봤다. A 씨는 B 씨로부터 남편 명의 전세계약서 원본과 1억 원짜리 차용증을 받았지만 경찰 조사를 받으며 서류를 돌려줬고, 남은 원금 400만 원을 강제집행이나 사기 고소로 회수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A 씨가 최초 대여한 100만 원에 65일간 매일 2만 원씩 상환받는 조건은 원금 대비 이자가 30만 원으로, 연환산 이자율이 약 168.4%에 이른다. 대부업법 제8조와 이자제한법 제2조가 정한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는 물론, 대부업법 제8조의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2가 규정한 반사회적 대부계약 기준인 연 60%도 훌쩍 넘는다.

종전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 약정만 무효로 보고 원금 반환 청구는 인정했다. 이 때문에 불법 대부업자가 처벌을 감수하고 지급명령이나 압류 등 강제집행으로 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해 2025년 1월 21일 연 60% 초과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개정법은 같은 해 7월 22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 시행 이후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채권자는 원금 반환과 이자 변제를 일절 청구할 수 없다.

다만 계약 체결 시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갈리기도 했다. 광주지방법원은 2025년 5월 29일 연 1,000% 이상의 초고금리 대부계약에서 불법대부업자가 받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차주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다(2024가합54343). 반면 대법원은 2026년 3월 12일 불법 사채업자가 연 568.8% 이율로 돈을 빌려준 뒤 원금 반환을 청구한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개정 대부업법 시행 전 계약이라는 이유로 원금 반환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월 13일 공동논평을 내고 "국회가 연 60% 초과 대부계약을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규정했음에도, 대법원이 2026년 3월 12일 연 568.8%에 달하는 초고리 계약에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지 않고 원금 반환을 명한 것은 사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결정이다"라고 비판했다.

채무자를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고소해 변제를 압박하던 관행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기죄는 대출 시점에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속여 돈을 빌린 경우에 성립하며,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10월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법원은 9월 29일 불법사금융업자가 차주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형사재판에서 금융감독원이 발급한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확인서를 증거로 채택해 최초로 무죄를 선고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도 7월 1일 연이율 3,200% 상당의 사채를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30대 차주를 개정 대부업법상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피해자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미등록 대부업자나 일수 종사자가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돈을 빌려준 뒤 민사소송이나 유체동산 압류 등 강제집행을 시도하면 오히려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된다. 대부업법 제19조는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연 20%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등록 대부업자가 아닌 개인 간 거래라도 연 20%를 초과해 이자를 받으면 이자제한법 제8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는 2025년 7월 22일 이후 맺은 연 60% 초과 계약에 관해 금융감독원에서 무효확인서를 발급받아 원리금 상환을 거부할 수 있다. 업자가 판결문이나 지급명령 정본으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더라도 민사집행법 제44조에 따른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해 집행 권원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3월 5일 접수를 시작한 이래 10월 26일까지 누적 573건(채무 건수 기준 941건)의 무효확인서를 발급했으며, 신청 정보를 인공지능(AI) 분석체계에 반영해 민생 특별사법경찰 수사에 연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