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마련이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받으려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속아 자금을 전달하거나 계좌를 빌려줘 형사 피의자로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범죄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 대상이 되면 자칫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위험에 놓인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범죄 행위임을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었는지를 따지는 미필적 고의 여부를 집중 추궁한다. 대출을 받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정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객관적 대화 내역과 서류 확보가 최우선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 전 본인의 억울함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 대출 상담을 진행했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통화 녹음 파일, 상대방이 보낸 허위 서류나 대출 계약서 등이 핵심 증거로 쓰인다.

조사 과정에서 단순히 몰랐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은 혐의를 벗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지시를 받게 된 경위와 행동 과정을 사실 그대로 일관되게 진술해야 신빙성을 인정받는다.

첫 경찰 조사 조서가 기소 여부 결정

경찰의 첫 피의자 신문에서 작성되는 조서는 향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나 재판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 진술이 번복되거나 불분명하면 범행을 도우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 조사 전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를 점검하고 예상 질문 답변을 정리해 대비해야 한다.

여러 경찰서에서 동시에 출석 요구가 온 상황이라면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사건이 전국 단위로 접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중복 조사와 방어권 행사 제약을 막기 위해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 병합이나 이송을 신청해 일괄 조사를 받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도 주관적 인식 엄격 판단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정범의 행위가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2021도3320).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 혐의를 두고도 범죄에 이용될 목적의 유무는 행위 당시 주관적 인식을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2021도10861).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액 1,965억 원 가운데 대출빙자형 사기 비중은 35.2%에 달했다. 금융기관은 대출 승인을 빌미로 거래 실적을 요구하거나 계좌 입출금 및 카드 발송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