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마련이나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다 통장 사본과 개인정보를 건넨 뒤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시대로 따랐을 뿐이라며 가벼운 처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가 사기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는 금융소비자도 늘고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최근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경위가 결합된 사건에 온정주의를 탈피하고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히 속아서 넘겨주었다는 진술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거나 대가를 약속받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적용 법령과 형사처벌 기준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정보나 접근매체를 제공하면 형법상 사기방조죄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32조에 따라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받는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전달하는 행위와 범죄 이용 목적을 알면서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 하급심에서는 계좌 제공에 더해 현금 인출·전달까지 수행하거나 대가를 수수한 명의자에게 징역 1년에서 4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판례가 가르는 혐의 성립 요건

대법원은 통장이나 카드를 넘긴 구체적 경위에 따라 혐의 성립을 엄격히 구분한다. 대법원 판결(2016도8957)은 단순히 예금통장 사본이나 계좌번호가 포함된 면을 촬영해 허락·전송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의 대여 자체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출 절차로 속아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경우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넘긴 양도는 구분해야 한다(2022도8084).

반면 사기방조죄와 관련해 대법원은 정범의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전부 알지 못했더라도 비정상적 구인이나 거래 경위에 비추어 범죄에 쓰일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방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2021도3320). 텔레그램 지시나 퀵서비스 전달, 허위 실적 요구 등 비정상적 방식이 개입됐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제재와 조사 대응 요령

형사처벌 외에 행정·금융 제재도 뒤따른다.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계좌 전체가 즉시 지급정지된다. 나아가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돼 전 금융기관 비대면 거래와 신규 계좌 개설이 제한되며,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나 배상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1차 출석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대출 상담 전체 내역,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대화 캡처본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범죄 수익 취득에 관한 방조 의도가 없었으며 금전적 대가를 약속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명해 경찰 단계의 불송치 결정이나 검찰의 무혐의·기소유예 처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