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본부가 중간에 불필요한 협력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기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국정감사에서 대형 편의점 본부와 퇴직 임직원 벤더(협력 유통업체) 간 유착 의혹을 파고들었던 야당 의원이 입법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인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 식별번호 PRC_1CEC2CFEE9874A28BF5790D8A85F56)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의안과 접수를 거쳐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2026년 10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와 맞닿아 있다. 당시 한 의원은 GS리테일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이 제조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데도 퇴직 임직원 등이 세운 중간 벤더사를 거치도록 강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납품 단가와 소비자가격을 왜곡해 가맹점주와 제조사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 의원실 국감 분석에 따르면, 직원이 3명이고 재고자산이 0원으로 집계된 특정 벤더사를 거친 건전지 품목은 제조사와 직거래하는 다른 편의점(CU)보다 공급가격이 약 120%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은 이에 대해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전관 벤더 거래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국정감사 답변에서 "가격 비교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상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특정 벤더를 거치도록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거래를 제한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를, 제9호는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 다른 회사를 끼워 넣어 거래를 매개하는 이른바 '통행세'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위는 제47조 및 제48조에 따라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직거래 회피와 특수 벤더 경유 수법이 점차 정교해지며 현행 제재 기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법안은 향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뒤 10~14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차례로 밟게 된다. 구체적인 개정 조문이 대외에 공개되면 중간 유통 단계 규제 요건이나 부당지원행위 입증 기준을 둘러싼 유통업계와 기업 법무팀의 대응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