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기본법 제정으로 제도적 전환점을 맞은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모델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15개국 정책 책임자와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2027년 3월 「사회연대경제기본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부처별로 쪼개졌던 지원 체계를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통합 재편하는 과정에서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SK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공동으로 2026년 10월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리더십 국제교류회(ELE)' 세션을 열었다. 10월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번 교류회에는 스코틀랜드, 독일 등 15개국 19개 기관에서 39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13년 만의 입법…분절된 생태계 총괄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정책은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보건복지부의 자활기업,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등으로 나뉘어 추진됐다. 부처 간 칸막이로 통합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4년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법안은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다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 15일 법률 제21921호로 공포됐다.

법률 제정으로 총괄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로 일원화됐다. 행안부는 부처 내에 사회연대경제국을 신설해 제도적 안착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 플랫폼인 SEWF는 한국을 첫 번째 국가별 심층 연수 프로그램(ELE) 학습 대상국으로 선정해 이번 행사를 공동 추진했다.

2027년 3월 시행…우선구매·금융 지원 법제화

제정된 기본법은 2027년 3월 16일부터 시행된다. 법률에 따라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와 시·도지사 소속 지역위원회가 설치되며, 행정안전부 장관은 5년 단위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장 조직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법률은 공공기관의 사회연대경제조직 제품·용역 우선구매를 의무화하고 국·공유재산 임차료 감면 근거를 뒀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회연대금융 중개기관'을 지정·육성하고 지역 및 민간기금 조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통합플랫폼과 정보공시 조항은 2029년 9월 16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스코틀랜드 CWB 모델 등 해외 사례 공유

이날 행안부 주관 세션에서는 '국가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정책 발표와 대담이 이어졌다. 톰 아서 스코틀랜드 기업·공정노동 담당 장관은 지역 내 공공조달과 금융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규정한 스코틀랜드의 '지역순환경제(CWB)' 5대 원칙을 소개하며, 법제화가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10월 12일 기조연설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계량화해 비례 보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소개하며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자본주의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조례 정비 등 후속 과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교류회는 세계 각국에서 사회연대경제를 이끌어 가는 분들과 상호 정책사례를 공유하고 기본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의지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라며 "민간과 함께 다양한 국제 네트워크를 주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중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 제정과 5년 단위 기본계획 초안 마련에 착수한다. 기본법 시행에 발맞춰 각 지방의회 역시 기존 사회적경제 조례를 정비하고 지역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후속 자치법규 개정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