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제투자분쟁(ISDS) 환송중재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불복 소송을 포기하면서 2018년 시작된 8년간의 법적 공방이 종결됐고, 약 1,530억 원에 달하는 국고 배상도 최종 확정됐다.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는 2026년 10월 28일 엘리엇 ISDS 환송중재 판정에 대해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영국 중재법 제70조 제3항이 규정한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 불복 신청 기한에 맞춰 이뤄졌다.
법무부는 관계부처와 정부 대리 로펌,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판정문 분석 결과와 추가 소송비용, 실익 등을 종합 검토해 불복 절차를 밟지 않기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중재판정을 다퉈 승소할 가능성이 낮고, 지연이자만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번 분쟁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엘리엇은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져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7월 12일 한-미 FTA 제11장을 근거로 7억 7,000만 달러 규모의 ISDS를 냈다.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20일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배상원금 약 4,849만 달러와 연 복리 5%의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청구액의 약 7% 수준이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국가기관 조치가 아니어서 한-미 FTA상 관할권이 없다는 취지로 영국 중재법 제67조에 따라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다.
영국 법원 단계에서 정부는 공적 연기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싸고 유리한 판단을 끌어냈다. 2024년 8월 1일 영국 1심 법원의 각하 판결을 거쳐, 2025년 7월 17일 영국 항소법원이 1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어 2026년 2월 23일 영국 환송 1심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다만 영국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위법한 개입과 엘리엇이 입은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2026년 9월 30일 내려진 환송중재 판정에서 중재판정부는 정부 주장을 재차 물리쳤다. 판정부는 정부 개입이 없더라도 합병이 가결될 상황이었다면 고위 인사가 형사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입할 이유가 없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했고, 종전과 같은 배상원금 4,849만 달러 및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
정부의 불복 포기로 대한민국 정부가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총액은 배상원리금과 양측 소송비용 상계 금액을 포함해 미화 약 1억 1,300만 달러로 확정됐다. 판정일 환율 기준 약 1,530억 원 규모다. 법무부 관계자는 배상액 지급 방안과 구체적인 액수는 현재 관계부처 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향후 배상금 지급 절차와 예산 집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