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부처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의존하던 대형 국제문화행사에 스포츠 국제경기 수준의 국가 행정·재정 지원 체계가 가동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인가를 받은 조직위원회는 한국은행에 기념주화 발행을 요청하거나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법제처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제정·공포된 '국제문화행사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21587호)'이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29일 전면 시행된다. 지난 3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7명 중 찬성 184명으로 통과된 이 법률은 2007년 제정된 체육 분야 '국제경기대회 지원법'과 대등한 문화행사 지원 일반법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육 중심 지원에서 문화 전반으로 확대

종전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체육 행사에 특화된 지원법만 있었다. 반면 국제비엔날레·국제영화제 등 대형 문화행사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문체부 훈령이나 지자체 조례, 단년도 개별 예산에 기대다 보니 부처 간 협업이나 중장기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뚜렷했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률은 국가와 지자체가 주관·후원하는 공연·전시·축제·박람회 중 문화적 파급효과와 국가 위상 제고 기여도를 문체부장관이 인정한 행사를 '국제문화행사'로 명확히 규정했다(제2조제1호). 문체부장관은 정책을 총괄·조정한다. 다른 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장관이 요청한 협조 사항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제5조).

출입국 간소화·국유재산 무상대부 특례 신설

국가와 지자체의 구체적인 지원 범위도 대폭 넓어졌다. 공연장·전시장 등 행사장과 기반시설 조성은 물론 행사장 인근 도시경관 조성, 관련 시설 신축·개보수, 치안·소방·재난안전·의료 연계 서비스가 법정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제6조제1항). 외국인 참가자의 출입국 절차 간소화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한다.

행사를 이끌 조직위원회에 부여되는 권한과 재원 조달 경로도 다양해졌다. 문체부장관 인가를 받아 설립된 조직위원회는 자발적인 기부금품을 접수할 수 있고(제8조),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대부받거나 물품을 양여받을 수 있다(제11조). 각종 채권 매입의무는 국가기관 수준으로 면제된다(제12조).

재정 확보를 위해 조직위원회는 한국은행에 기념주화 발행을 요청할 수 있고, 발행된 주화를 독점 인수할 권리를 가진다(제15조). 공식 휘장과 마스코트를 활용한 상표·수익사업도 허용된다. 조직위 승인 없이 휘장이나 유사 명칭을 무단 사용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14조·제19조).

종교 행사 논란과 지자체 연계 과제

입법 과정에서 대표발의자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훈령에 의존하던 국제문화행사를 법률 체계 안으로 편입해 재정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문화강국의 토대를 다지겠다"고 제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용인시의회 등 지방의회에서도 상위법에 맞춘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등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종교 성격이 짙은 행사에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것을 두고 정교분리 원칙 저촉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향후 문체부장관의 지원 대상 인정 기준과 예산 배분의 형평성이 법 운용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