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생물 표본 없이 공개 데이터베이스의 유전정보만 활용해 신약이나 바이오 제품을 개발해도 이익을 국제기금에 내도록 하는 새 국제규범이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법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리적 자원 중심의 기존 체계를 넘어 디지털 데이터 이용에 따른 이익공유 의무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국운)은 2026년 10월 14일 서울 광화문 코워커스 플러스 버텍스홀에서 ‘디지털염기서열정보(DSI) 이익공유, 새로운 글로벌 체계의 시작’을 주제로 제7차 글로벌 이슈 대응 전략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유전자원 DSI 이익공유를 둘러싼 국제규범 변화와 법적 성격을 검토하고 국내 정책 연계 및 법제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다.

실물 표본 우회하는 디지털 유전정보…다자체제로 전환

종전 나고야의정서 체제는 물리적 유전자원을 제공받을 때 원산국과 1대1로 사전통보승인(PIC)을 받고 상호합의조건(MAT) 계약을 맺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유전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실물 표본 없이 공공 데이터베이스만으로 바이오 연구·개발이 가능해졌고, 기존 규범을 우회한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6차 당사국총회(COP16)는 유전자원 DSI 이용에 따른 다자간 이익공유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전용 기금인 ‘칼리 기금’을 설립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자산 2,000만 달러(약 270억~280억 원), 연 매출 5,000만 달러(약 680억~690억 원), 연간 이익 500만 달러(약 69억 원)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대기업에 매출의 0.1% 또는 영업이익의 1% 납부를 권고하는 내용이다.

“COP 결정 법적 성격 면밀 검토해 국내법 정비해야”

포럼 주제발표를 맡은 소병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D DSI 이익공유 관련 COP Decision의 법적 성격’을 주제로 당사국총회 결정의 규범적 효력과 주요 쟁점을 짚었다. 소 교수는 국제회의 결정의 법적 효력을 면밀히 따져 국내 법제와 정책에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정명운 선임연구위원, 김현희 선임연구위원, 장원규 연구위원 등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진과 박병도 건국대학교 교수, 박시원 강원대학교 교수, 민혜영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이 참여해 구체적인 법적 쟁점을 논의했다.

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글로벌법제전략팀장은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를 앞두고 디지털염기서열정보 이익공유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국제규범의 법적 성격과 이행을 둘러싼 쟁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포럼이 향후 국제적 논의 전개에 대비하고 국내 법제적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기업 부담 현실화…유전자원법 개정 과제

2026년 10월 19일부터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리는 COP17에서 칼리 기금의 구체적 이행 지침과 규범 쟁점을 다룬다. 제약·바이오, 체외진단, 종자, 화장품 등 DSI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추가적인 기금 부담과 글로벌 규제 준수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국내 법령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은 2017년 제정 당시 물리적 유전자원 접근과 신고를 중심으로 설계돼 디지털 형태의 유전정보를 직접 규율하는 체계가 부족하다. 한국법제연구원은 글로벌법제전략연구사업(XVI)을 통해 관련 법제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6년 하반기부터 연구보고서를 순차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