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배합사료의 필수 원료인 밀가루 부산물 시장에서 8년 반 동안 매달 판매가격을 합의해 온 6개 제분업체가 거액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갈림길에 섰다. 담합으로 형성된 매출액만 1조 4,000억 원에 달해 제재 수위에 따라 식품·사료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는 2026년 10월 13일 밀가루 부산물 가격담합 사건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인 6개 사업자에게 발송해 정식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제재 대상은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사조대림,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한탑이다.

8년 6개월간 매달 가격 합의

심사관 조사 결과 이들 6개사는 2017년 4월경부터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된 2025년 10월경까지 약 8년 6개월간 매월 밀가루 부산물 제품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 대상 품목은 식용 밀가루 제조 과정에서 생산되는 비식용 부산물인 소맥피(밀기울)와 등외분이다. 소맥피는 가축의 섬유질 공급원으로, 등외분은 사료 형태를 잡는 결합제로 쓰인다. 6개 피심인의 국내 소맥피 시장 점유율은 약 78%에 이른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매출액을 1조 4,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를 위반한 중대한 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6개 법인과 관련 임직원 전원 검찰 고발 의견을 심사보고서에 명시했다.

본품 이어 부산물까지 적발

공정위는 당초 밀가루 본품 가격담합과 부산물 담합을 병행 조사해 왔다.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 닿는 밀가루 본품 사건을 먼저 처리한 뒤, 사료 원료로 이어지는 부산물 사건을 분리해 순차 제재에 나선 것이다. 밀가루 본품 심의 대상이었던 7개사 가운데 담합 가담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대선제분과 삼화제분은 이번 피심인에서 제외됐다.

담합 품목이 사료 원가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생산비 왜곡 파장은 컸다는 평가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밀가루 부산물이 사료 제조업체에 공급되는 원료인 만큼 직접적으로 사료 가격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사료비가 축산물 생산비와 연결되는 만큼 육류 가격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최대 2,100억 원 공방 예고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에 적용되는 과징금 부과기준율(10.5~15%)을 단순 적용할 경우, 피심인 6곳에 부과될 과징금 규모는 약 1,470억 원에서 최대 2,1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 최종 제재 수위는 향후 열릴 전원회의에서 합의의 지속성, 관련매출액의 타당성 등을 놓고 심사관과 기업 대리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거친 뒤 확정된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 송부일로부터 8주 동안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고 조사 증거자료 열람과 복사를 신청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 측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법 위반 여부와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 형사고발 여부를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