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이를 키우며 버텨온 세월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협의이혼 당시 홀로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었던 한 의뢰인은 약 212개월, 햇수로는 17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상대방으로부터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아이를 무사히 성인으로 키워낸 뒤 비로소 건네온 첫마디는 억울함보다도 이제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물음이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마주할 때 많은 이들이 두 가지 극단적인 오해에 부딪힌다. 하나는 아이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나간 세월의 비용은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는 체념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부모로서의 도리를 저버렸으니 과거에 지출한 모든 비용을 언제든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다. 그러나 법의 문턱에서 다루어지는 과거양육비는 감정의 무게와는 사뭇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성년이 된 자녀와 뒤늦게 시작된 법적 청산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자녀가 출생함과 동시에 발생하는 법적 책임이다.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은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심판 이전이라도 양육자가 부담한 과거 양육비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그 분담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확히 확립하였다. 따라서 자녀가 이미 성년에 도달하여 미성년 자녀를 위한 장래양육비 발생 여지가 사라졌더라도, 부모 일방이 홀로 감당한 과거의 양육비는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다.

실제 사건에서 의뢰인은 상대방을 상대로 1억 4,840만 원의 과거양육비 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상대방은 약 1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과거양육비 전액을 일시에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기간 형성된 생활관계를 내세우며 지급 의무 자체를 부정하거나 책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마류 사건으로 다루어지는 양육비 청구에서 법원은 단순히 한쪽이 지출한 영수증의 합계만을 기계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 일방으로 하여금 과거 양육비 전액을 일시에 부담하게 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부모 쌍방의 재산 상황과 경제적 능력, 부담의 형평성을 참작하여 적절한 분담 범위를 정하도록 판시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새로운 시간의 벽

이 사안에서 법원은 상대방이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약 212개월간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상대방이 주장한 형평 위반을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뒤, 당사자들의 경제적 사정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거양육비를 4,0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심판 확정일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였다. 17년 동안 방치되었던 미지급 양육비에 대한 사법적 확인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여기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중대한 법적 변화가 있다. 종전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은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의 심판으로 구체화하기 전의 과거양육비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따라 자녀가 성인이 된 지 수십 년이 흘러도 언제든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대법원 2024. 7. 18. 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법원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지만,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완전히 종료된 때부터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선언하였다. 과거의 추상적 지위가 자녀 성년 시점에 순수한 과거 비용 상환청구권으로 확정되므로, 민법 제166조 제1항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은 보호하지 않는다

위 사례의 의뢰인은 자녀가 성년이 된 직후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하였기에 4,000만 원의 과거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변경된 대법원 판례 기준에 비추어 자녀가 성년이 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17년 동안 홀로 부담한 희생은 법적으로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하고 영구히 소멸할 뻔했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당장 확인해야 할 점은 명확하다. 첫째는 자녀의 성년 도달 일자와 현재 시점 사이의 기간이다. 만약 자녀가 만 19세 성년에 이른 뒤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정법원에 양육비 분담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기간이 지나면 채권은 시효로 완전히 소멸하여 법적 구제를 받을 방법이 사라진다.

둘째는 과거 양육 사실과 상대방의 부양의무 회피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의 정리다. 자녀를 혼자 키워온 경위, 주거 및 교육비 지출 내역, 상대방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정황을 체계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법원은 장기간 누적된 청구액에 대해 상대방의 경제적 형평을 이유로 직권 감액하는 경향이 짙으므로, 감액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

셋째는 상대방의 채무 승인 여부를 살피는 일이다. 만약 자녀가 성년이 된 지 10년에 근접했다면 상대방으로부터 과거 양육비 지급 약속을 서면이나 문자 등으로 받아두거나 일부 금액이라도 지급받음으로써 시효 중단의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끝까지 보호하지 않는다. 자녀를 홀로 길러낸 부모의 노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고귀하지만,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에는 엄격한 시간의 법칙이 작동한다.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자신이 쥐고 있는 권리의 유효기간을 냉정하게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