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이용자 클릭 수를 집계해 전문의약품 순위를 매기고 후기를 보여주는 행위는 약사법이 금지한 대중광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환자가 일반 상품을 고르듯 전문의약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플랫폼 운영 방식에 사법부가 최종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제2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플랫폼 운영사 닥터나우 법인과 대표이사 A 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2026년 10월 8일 확정한 것이다(2026도1372).

사실관계

닥터나우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 허용되던 2022년 5월, 이용자가 의약품을 먼저 골라 진료를 신청하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이후 '원하는 약 담아두기'로 변경)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클릭 수를 기준으로 특정 전문의약품을 'BEST 약품'으로 노출하고, 해당 약품의 효능·효과와 이용자 리뷰를 앱 화면에 게시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와 경기도약사회 등 의약단체는 2022년 6월 닥터나우를 전문의약품 불법 광고와 환자 유인·알선 등 5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닥터나우는 서비스 시작 한 달여 만인 2022년 6월 16일 해당 기능을 중단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약 배송·약국 외 판매·환자 유인 등 4개 혐의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하고, 약사법 제68조 제6항을 위반한 전문의약품 광고 혐의 1건만 검찰에 넘겼다.

1심·원심 판단

약사법 제68조 제6항은 의학·약학 전문가 대상 전문 매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전문의약품을 대중에게 광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4조 제1항).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닥터나우의 서비스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약품 소비를 촉진하는 대중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새로운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서비스를 자진 중단한 점 등 정상을 참작해 대표이사 A 씨와 법인에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 역시 검사와 피고인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이용자 클릭 수를 바탕으로 특정 전문의약품을 인기 순위 형태로 배열하고 이용 후기를 제공한 행위는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거쳐야 하는 전문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대중광고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데이터를 활용해 전문의약품을 선별·노출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구성에 사법적 한계를 명확히 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자가 앱 화면에서 약품을 장바구니에 담듯 지정해 처방을 신청하는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판결 뒤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해당 서비스는 이미 종료된 상태로 기존 사업은 차질 없이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사 재판은 종결됐으나 국회와 보건의료계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플랫폼의 의약품 안내 범위를 둘러싼 규제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