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대 영업손실을 숨긴 채 장부를 조작해 임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법인세법상 비용인 손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 분식회계라는 위법행위로 책정된 인건비성 지출을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으로 보아 세법상 혜택을 전면 차단할지가 핵심이다.

대법원 제2부(특별)는 한 조선업 영위 법인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을 오는 2026년 10월 30일 선고한다(2022두33811). 원고 회사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지 4년여 만이다(2021누31384).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과거 해양플랜트 등 공사진행률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계상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영업손실을 감추고 흑자가 난 것처럼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회사는 조작된 실적을 근거로 임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후 외부감사 지적으로 왜곡된 회계가 적발되자 회사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등 세무당국은 허위 실적에 근거해 나간 성과급은 배임적이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이어서 구 법인세법상 통상적인 손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세관청은 성과급을 손금불산입해 법인세 결손금을 감액경정하고, 이에 불복해 회사가 낸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양측 쟁점

소송에서 회사 측은 상여금이 실제로 지급돼 법인의 순자산이 유출된 거래라는 점을 내세웠다.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따른 경정청구 요건을 갖췄다는 취지다.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 가운데 분식회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인원이 있고, 이미 지급돼 회수할 수 없는 돈까지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과세관청은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거쳤다면 막대한 적자로 성과급 지급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 비용이 아니며, 범죄적·배임적 지출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구 법인세법 제26조 및 시행령 제43조의 취지에 따라 전액 손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법부 기조와 파장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12일 선고된 동일 계열 유사 사건에서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대표자 등의 주도로 분식회계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이상, 개별 임원의 귀책 유무나 사법상 유효성과 무관하게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22두42020).

이번 판결에서도 같은 법리가 재확인되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과세 원칙은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허위 장부로 챙긴 보너스를 세무조정으로 손금 부인하는 사법적 기준이 굳어지면서, 향후 기업들의 임원 보수 체계 검증과 비용 지출 실질을 따지는 사후 통제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