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주택공급 정책에 밀려 건립이 좌초됐던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세종특별자치시에 둥지를 튼다. 정부 임차 청사에서 더부살이하던 기존 전시관보다 면적을 8배 이상 넓혀 2031년 정식 문을 연다.
성평등가족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특별자치시는 2026년 10월 21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 행복청 대회의실에서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세종시 어진동 643번지(문화시설 1-2 부지)로 신규 건립지가 확정됨에 따라 세 기관이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운영 연계까지 협력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기존 임차 공간 8배 확장…총사업비 354억 전액 국비
신축 박물관은 부지 면적 3,0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6,392㎡ 규모로 들어선다. 총사업비 354억 원은 전액 국비로 투입된다. 내부에는 여성 역사 관련 상설·기획전시관을 비롯해 수장고, 교육·연구 및 체험 시설을 갖춘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2002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처음 문을 연 뒤 2014년 9월부터 경기도 고양시 소재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2층을 빌려 써왔다. 임차 공간 면적이 763.3㎡에 불과해 소장 유물 5,000여 점을 보관하고 전시하기에 턱없이 좁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종에 들어설 독립 박물관은 기존 시설보다 규모가 8배 넘게 커진다.
서울 은평구 무산 딛고 세종 이전…도시계획 변경 착수
독립 박물관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지에 2028년 개관을 목표로 건축심의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부가 해당 부지를 공공주택 1,300호를 짓는 도심 주택공급 대상지로 지정하면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설계와 사전 부대비용 13억 원이 이미 집행된 뒤였다.
정부는 서울 시내 대체 국유지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국립박물관단지 등 문화 인프라가 모인 세종시로 방향을 틀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50조는 성평등가족부장관이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양성평등의식을 높이기 위해 여성사박물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협약에 따라 성평등가족부는 박물관 건립 사업을 총괄 추진한다. 행복청은 토지분할과 용도변경 등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처리하고 인근 국립박물관단지 연계를 지원한다. 세종시는 건축 인허가 행정 지원과 지역 연계 문화 프로그램을 맡기로 했다.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은 "국립여성사박물관은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여성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가치를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행복도시를 문화거점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조상호 세종시장은 "세종시가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차질 없는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행복청은 2026년 말까지 부지 매입을 마치고 2027년 설계 공모와 공사 착공에 들어간다. 2030년 준공을 거쳐 2031년 정식 개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