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거나 개인·기업 정보를 위협하는 물품의 수출입을 정부가 직접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세부 실행 절차가 법제화됐다. 정부가 수출입 제한 조사에 착수하면 해당 무역거래자와 이해관계인은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해야 해 기업들의 수출입 규제 대응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통상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외무역법 시행령 일부개정령(대통령령 제36776호)을 2026년 10월 20일 공포했다. 10월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령은 지난 4월 21일 개정된 모법 대외무역법(법률 제21568호)과 맞물려 10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종전 대외무역법 체계에도 수출입 제한 특별조치 규정이 있었으나 전쟁이나 사변, 천재지변 등 전통적 안보 상황이나 상대국의 차별적 조치 등으로 사유가 좁게 한정돼 있었다.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자문 절차를 정한 실무 규정도 미비해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나 신흥 기술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특별조치 발동을 위한 사전 조사 체계가 대폭 강화됐다. 개정령 제6조는 산업통상부장관이 국가안보 위해 우려 등으로 수출입 제한 조사를 벌일 때 관계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무역거래자와 이해관계인에게 자료 제출 등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제5항). 전문가 자문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신설하고(제6항), 조사 개시 후 1년 이내에 조사를 마치도록 기한도 정했다(제7항).

중소·중견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과 통상환경 대응을 돕는 지원망도 정비했다. 개정령 제12조의4는 산업통상부장관이 관세청장에게 협정관세 적용대상 수출입물품 액수, 실제 협정관세 적용 실적, 협정관세 활용률 통계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비식별화해 처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기업을 지원할 '통상활용지원기관' 지정 기준도 구체화했다. 개정령 제12조의5는 지원기관으로 지정받으려는 법인에 상설 조직과 전용 사무실뿐 아니라 변호사, 관세사, 또는 원산지·무역 분야 2년 이상 경력자 중 1명 이상을 상시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원기관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원산지 증빙 자료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유출하면 지정을 취소하는 청문 절차도 함께 마련했다(제12조의6).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다양화되는 안보위협으로부터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급변하는 통상환경에서 통상활용지원기관 등 민관 협력 기반 지원체계 구축 및 관세청의 자료제공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통상활용 지원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 기업 법무팀과 무역업계는 안보 관련 규제 동향을 상시 점검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정부는 10월 22일 법령 시행일에 맞춰 특별조치 조사 세부 방법과 '특별조치자문단' 구성 등을 담은 고시를 함께 발효해 현장 적용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