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스타트업이 창업 후 상장이나 상용화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14년이지만, 기존 정책펀드는 8년 안팎이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했다. 기술개발 속도와 금융 회수 주기가 엇갈려 연구개발이 중간에 끊기던 한계를 깨기 위해 최장 16년간 인내하는 정책자본이 본격 가동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산업은행은 2026년 10월 14일 총 8,8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위탁운용사(GP) 7개사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정과제인 ‘진짜성장을 위한 생산적 금융’ 일환으로 추진된 간접투자 프로그램이다.
7개 운용사 선정…정책자금 77% 투입
이번 펀드는 결성 규모에 따라 중형리그와 소형리그로 나뉘어 운용사를 선정했다. 중형리그(펀드당 1,600억 원, 총 6,400억 원)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 등 4개사가 낙점됐다. 소형리그(펀드당 800억 원, 총 2,400억 원)에는 지앤텍벤처투자, 한화투자증권, 타임폴리오자산운용·타임폴리오캐피탈(공동 운용) 등 3개사가 뽑혔다.
재원 구조는 공공 주도로 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32조에 근거한 첨단전략산업기금 6,000억 원과 정부 재정 800억 원 등 정책 출자금이 전체의 77.3%인 6,800억 원에 달한다. 민간 출자금은 2,000억 원(22.7%) 수준으로 설정해 민간 출자자(LP) 모집 부담을 크게 낮췄다.
존속기간 최장 16년…AI·반도체 외 40% 의무 배정
펀드 존속기간은 기본 13~15년에 1년 이내 1회 연장이 가능해 최장 16년에 이른다. 투자기간도 기본 6~7년으로 기존 펀드(4~5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기술신용평가(TCB) 투자용 기술평가등급 상위 5등급(T1~T5) 이상을 받은 기업이나 공인 기술·지식재산권(IP) 가치평가를 통과한 첨단·원천기술 기업이 주목적 투자 대상이다. 특정 분야 쏠림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에 주목적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펀드가 단기 내부수익률(IRR)에 매달려 조기 회수나 성숙기 기업 투자에 치우치던 관행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핵심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초장기 정책 펀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 정책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12월 결성 완료…정관 설계 등 자문 수요 확대 전망
선정된 7개 운용사는 2026년 12월까지 민간 매칭 자금을 모아 펀드 결성을 마친 뒤 연말부터 본격적인 1차 투자 집행에 나선다. 정부는 이 펀드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매년 정례 선정해 결성할 방침이다.
기업법무와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들의 자문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16년에 걸친 장기 운용 특성상 펀드 정관(규약) 설계 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존속기간 연장 요건, 조기 회수 페널티 규정, 십수 년간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을 막고 교체 시 책임을 묻는 조항 등이 주요 검토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