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로 법인 파산을 준비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는 암초는 정책금융기관의 구상권 청구와 사재로 넣은 가수금의 처리 문제다. 연대보증이 폐지됐더라도 대출금 용도 증빙이 미흡하면 대표이사 개인이 빚을 떠안을 수 있고, 회사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다 파산관재인에게 편파변제로 취소당할 위험이 높다.

과거에는 중소기업이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서로 대출을 받을 때 대표자 개인의 연대보증 입보가 필수였다. 정부는 연쇄 도산과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2018년 4월 정책금융기관의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했다. 대신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은 부실 발생 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사후관리 장치로 '책임경영이행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책임경영이행약정을 맺었다면 법인이 파산하더라도 대표자가 회사 대출금을 전액 갚을 의무는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약정 위반이 확인되면 보증기관이 대위변제 후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성격의 구상권을 청구한다. 보증 대출금의 목적 외 사용, 회사 재산 은닉 및 유출, 허위 자료 제출 등이 주요 위반 사유다.

따라서 구상권 청구를 방어하려면 정책자금이 인건비나 원자재 구입비, 사업장 임차료 등 실제 기업 운영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계정별 원장과 통장 출금 거래내역, 세금계산서, 급여대장을 대조표로 정리해 자금 흐름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보증 대출금을 수령한 직후 대표이사 개인 빚을 갚거나 가수금을 반환 처리하면 용도 외 사용으로 판정돼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를 살리려 대표자가 개인 자금을 털어 넣은 가수금 역시 정밀한 소명이 필수적이다. 가수금은 법률상 대표자가 법인에 대해 가지는 일반 대여금 채권으로 파산채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장부상에만 계상되어 있고 실제 금융거래 내역이 없다면 분식회계나 횡령·자금 유용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개인 계좌에서 법인 계좌로 이체된 금융거래 증빙과 자금 원천을 투입 시기별로 맞춰 두어야 오해를 피한다.

주의할 점은 파산 직전 가수금을 서둘러 인출하거나 변제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는 지급정지나 파산신청 전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행위를 편파변제로 보아 파산관재인이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변제기가 도래한 정상 채무라 하더라도 파산 위기 시기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갚는 행위는 고의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2016다257572).

가수금을 회수한 사실이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되면 법 제397조 제1항에 따라 받아 간 돈을 파산재단에 고스란히 반환해야 한다. 대법원은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로 채권자가 부담하게 된 원상회복채무를 기존 파산채권과 상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2025다202598). 회수된 가수금은 파산채권으로 신고하더라도 재단 부족으로 배당받을 가능성이 낮다.

아울러 정책 보증 외에 은행 자체 신용 대출이 섞여 있다면 해당 여신에 대표자 개인 보증이 남아 있는지 약정서를 확인해야 한다. 법인 채무와 별개로 대표자 개인 연대보증이 살아 있다면, 법인 파산 절차와 함께 대표이사 개인의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병행해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