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통신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실무 부서를 넘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가 직접 법적·관리적 책임을 진다. 통신 3사 대표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기업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CEO와 이사회가 주도하는 책임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로 결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6년 9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송경희 위원장 취임 후 첫 통신 3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송 위원장을 비롯해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박윤영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와 각 사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참석했다. 통신 3사는 간담회에 앞서 ‘국민이 신뢰하는 AI·디지털 사회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경영 가치로 삼고 CEO·이사회 중심 책임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CEO 책임 귀속과 징벌적 과징금 압박

이번 공동선언의 배경에는 2026년 9월 11일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이 자리 잡고 있다. 개정법은 최고경영자의 개인정보 보호 최종 책임을 법률에 명시하고, CPO의 독립성 강화와 지정신고제를 도입했다. 중대하고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날 때 부과하는 과징금 상한도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 수준으로 올렸다.

과거 SK텔레콤이 알뜰폰 고객을 포함해 2,324만 4,649명의 정보 유출로 과징금 1,347억 9,100만 원을 부과받고, KT가 소형기지국 해킹 등으로 539억 7,9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컴플라이언스 기준이 한층 엄격해지면서 통신업계가 선제적으로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선 셈이다.

수조 원대 투자 집행과 유통망 관리 강화

통신사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 계획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7,000억 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를 집행하고 인공지능(AI) 전 과정에 걸친 AI 거버넌스를 가동한다. KT는 노후 IT 시스템 현대화를 포함해 향후 5년간 총 2조 2,000억 원을 보안 체계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기획 단계부터 보안 요소를 설계하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 체계를 내재화한다.

다단계 유통망의 보안 사각지대 해소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개인정보위는 본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 구조상 하위 판매점의 관리 실태가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통신사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직영점뿐만 아니라 위탁 판매점의 고객 개인정보 수집 및 파기 실태까지 본사가 직접 점검해야 해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커졌다.

AI 특례 사전협의와 연말 집중 점검

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했다. 통신 3사는 2026년 9월 8일 개정돼 2027년 3월 시행을 앞둔 AI 특례 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민관 사전협의 체계 구축을 건의했다. 개인정보위는 공개정보와 가명정보의 적법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가칭) 에이전틱 인공지능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연내 마련하기로 화답했다.

송경희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는 담당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CEO가 직접 챙기고 전사가 함께 책임지는 경영의 핵심과제”라며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 전환을 당부했다. 통신 3사는 2026년 연말까지 사내 취약점을 집중 점검하고 개인정보 취급자 대상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