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검증받고도 설비 증설이나 해외 진출 단계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성장이 멈추는 첨단 딥테크 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두 축이 맞손을 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로 마중물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이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에서 대형 스케일업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돕는 상시 연계 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10월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제2차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이어달리기 합동 밋업(Meet-Up)'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영채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추진단장과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을 비롯해 장상익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 신혜숙 한국산업은행 부행장, 최철훈 한국벤처투자 부대표, 이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과 모험자본 투자기관 41개사가 참석했다.

부처 칸막이 깬 정책금융 연계망

이번 협업은 창업 초기와 성장 단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투자 공백기(데스밸리)'를 메우려는 조치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66조·제70조에 따라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하는 모태펀드는 스타트업 시드 및 창업 자금을 공급하는 데 강점이 있다. 다만 개별 기업이 수백억 원대 자금을 요구하는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 한국산업은행법 제18조에 근거해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 가능해 두 기관의 결합이 필수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앞서 2026년 5월 14일 범부처 '성장기업발굴협의체'를 출범시키고 6월 23일 1차 공동행사를 열었다. 이번 2차 밋업부터는 상시 정례화 체계로 전환했다.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추진단 손영채 단장은 "1차 행사를 통해 모험자본 연계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번 밋업은 자금 공급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다지는 자리"라며 "첨단전략산업 기업이 연속성 있는 성장자금을 받아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기부 김봉덕 정책관도 "모태펀드의 마중물 투자를 통해 성장 기반을 다진 AI·딥테크 혁신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펀드 간 이어달리기를 위한 연결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안착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우주항공 7개사 후속 투자 타진

행사에는 중기부 모태펀드와 금융위 협의체의 추천을 거친 첨단기술 기업 7개사가 참여해 기술 경쟁력과 자금 조달 계획을 소개했다. 참여 기업은 벡터 데이터베이스와 LLM 가속 기술의 디노티시아, 영상 이해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파일러, 서비스 로봇 전문 토룩, 풀스택 피지컬 AI 플랫폼 투모로 로보틱스, 신장결석 수술 로봇을 개발한 로엔서지컬,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텔레픽스, 분산자원 에너지 플랫폼 기업 엔라이튼이다.

참여 기업들은 합동 간담회 직후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부문 운용사 등 핵심 운용역들과 1대1 비공개 투자 상담을 이어갔다. 디노티시아 정무경 대표는 "독자적인 딥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을 도모하는 현시점에서, 국민성장펀드의 대규모 자금 연계는 기술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결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 대표 펀드매니저인 박민식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 역시 "이번 밋업을 통해 정책금융 상시 지원체계가 구축된 것은 투자사나 기업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법무 실무서 복합 투자계약 늘어날 듯

두 펀드의 결합이 정례화되면서 자본시장과 기업법무 업계에서는 스케일업 단계에 맞춘 법률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벤처투자와 달리 대규모 스케일업 자금이 오갈 때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전환사채(CB) 발행, 주주간계약(SHA) 체결 등 거래 구조가 한층 복잡해진다.

모태조합과 사모펀드(PEF) 간 공동투자(Co-investment)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법적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규모 R&D와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인공지능, 우주항공 기업은 특허 라이선싱 계약의 적법성 검토는 물론 해외 진출에 따른 외국인투자 및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대응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향후 밋업을 인공지능, 바이오, 방산 등 산업과 지역별 수요에 맞춘 테마형 행사로 세분화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