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벌금을 깎아주면서 약식명령에 없던 취업제한명령을 새로 붙였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은 형벌의 종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상 '형종 상향의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 원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2026도741).
사실관계
A 씨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담은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약식명령에는 취업제한명령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정식재판을 맡은 1심 법원은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과 24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벌금 액수와 이수 시간은 약식명령보다 줄었으나, 1심은 약식명령에 없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 취업제한'을 새로 명령했다. A 씨는 약식명령에 없던 취업제한명령을 병과한 조치에 불복해 항소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의 '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었다.
1심·원심 판단
원심 법원은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이 약식명령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한 이상 보안처분인 취업제한명령을 병과했더라도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한 위법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와 제456조, 제457조의2 제1항의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볼 때,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이 선고되었는지는 형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형법 제41조 각 호에서 정한 형의 종류 순서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정식재판에서 약식명령과 동일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면서 취업제한명령 등 보안처분을 새로 부가하였다고 하여 이를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형법상 형벌의 종류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9종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보안처분인 취업제한명령이 추가되더라도 같은 벌금형의 범주에 머무르는 한 형의 종류가 무거워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에게 일체의 불이익을 주지 못하게 하던 과거 '불이익변경금지'가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형종 상향의 금지'로 완화된 취지와 맞물려 실무상 주의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벌금 액수 감액만을 기대하고 섣불리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약식명령 단계에서 빠졌던 취업제한 보안처분이 붙을 수 있음을 대법원이 최종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