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제기부터 실전 배치까지 10년에서 20년씩 걸리던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단축하고, 첨단 무기를 적기에 군에 도입하려는 방위사업 법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향성에너지무기(DEW)와 국방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전장에 급격히 도입되는 상황에서 경직된 기존 규제가 무기 획득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국운)은 2026년 10월 21일 오후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국방·방위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제29차 규제혁신법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기술과 안보 환경에 발맞춰 첨단 무기체계의 신속 획득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10~20년 걸리는 전통 획득 절차 한계
그동안 군의 전통적 획득 체계는 소요 제기 및 결정에 4~5년, 사업타당성 분석에 1~3년, 탐색 및 체계개발에 각 4~5년이 걸려 실전 배치까지 통상 10~20년이 소요됐다. 관료적이고 선형적인 절차 탓에 급변하는 민간 첨단 기술을 군사 분야에 즉각 접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포럼 기조발제를 맡은 김진기 한국방위산업학회 학회장은 '방위사업 법제의 대전환: K-방산에서 들어내어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을 주제로 발표하며 경직된 규제를 걷어내고 기술 혁신을 촉진할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진 1세션에서는 박세훈 한국법제연구원 규제혁신법제팀장이 '게임체인저 지향성에너지무기 전력화를 위한 방위사업 규제합리화 법제 방안'을 발표했고 김동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종철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가 발제를 이어갔다.
특례 도입 속도전과 안전성 검증 쟁점
방위사업 분야에서는 신속소요(방위사업법 제15조의2)와 신속시범사업(제17조의2) 등을 신설해 시제개발을 2년 이내에 마치고 5년 안에 전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국회에서도 국방인공지능법안과 국방첨단전력사업법안 등 신속 획득 경로를 제도화하는 특례 법안들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절차 간소화를 두고 신중론도 제기된다. 학계 일각에서는 시험평가 대체나 사업타당성조사 면제 등 과도한 규제 특례가 무기체계의 안전성 검증과 민주적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종철 교수는 무조건적인 완화 대신 기술위험과 절차위험을 균형 있게 다루는 합리적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관·군 협력과 법제 연구 지속
종합토론에서는 장원준 전북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방위사업청, 학계, 방산업계 관계자가 참여해 첨단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신기술을 보유한 민간 정보기술(IT) 기업의 방산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무기체계 검증 책임을 확보하도록 법적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이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박세훈 규제혁신법제팀장은 "급변하는 기술과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무기체계의 신속획득과 방위사업 관련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국방·방위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합리적인 법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번 논의를 토대로 국방·방위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 과제를 지속해서 발굴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