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달아나 국경 뒤에 숨던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스캠 범죄자 655명이 1년 만에 국내로 압송됐다. 기관 간 칸막이를 깬 범정부 공조망이 가동되면서 캄보디아 등 동남아 거점 사기 범죄 피해액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법무부와 외교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026년 10월 21일 합동으로 ‘초국가범죄 범정부 대응 1년 성과’를 발표했다. 2025년 10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총력 대응 지시 이후 같은 해 12월 29일 외교부·법무부·공소청·경찰청·국가정보원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가 공식 출범한 지 약 1년 만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검거된 범죄자는 834명으로 전년 동기(340명) 대비 약 2.5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도피사범 국내 송환 인원은 254명에서 655명으로 2.6배 급증했다.
현지 거점을 원점 타격한 대규모 송환 작전이 주효했다. 정부는 2025년 10월 캄보디아 내 스캠 범죄조직원 64명을 전세기로 강제송환한 데 이어, 2026년 1월 23일 한국인 869명에게서 486억 원을 편취한 피의자 73명을 단체 송환했다.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3월에는 10년 가까이 송환되지 못했던 필리핀 수감 마약사범 박왕열을 임시인도 방식으로 송환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공조해 10조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을 압송했다.
해외 조직망이 흔들리자 국내 피해 수치도 급감했다. 2026년 1~9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333건으로 전년 동기(18,746건)보다 5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9,867억 원에서 4,196억 원으로 57.5% 줄었다. 캄보디아 내 감금·납치 신고 역시 386건에서 19건으로 95.1% 떨어졌다. 반면 유입 길목을 차단하면서 적발된 해외 유입 마약류는 1,339㎏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경을 넘는 사법공조 절차도 한 단계 정교해졌다. 정부는 전세기 내에서 형법 제4조의 국외범 규정을 적용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범죄인 인도법상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해 장기 미송환 수감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부패재산몰수특례법을 적용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병행하며 해외 도피 자금줄을 죄었다.
그러나 검거율 상승 이면에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대형 스캠 단지 단속이 강화되자 조직원들이 태국과 말레이시아 주택가의 소규모 조직으로 흩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캄보디아 단속을 피해 카자흐스탄으로 옮겨간 스캠 조직원 14명이 현지에서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범죄수익의 실질적인 피해자 환부도 과제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캄보디아 73명 송환 사건과 관련해 "14억3,400만 원 상당을 추징보전했으나 피해자별 환부액은 미상"이라며 "범죄자를 잡는 것을 넘어 실질적 피해 회복 규모까지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법 절차상 환부 결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총책과 핵심 조직원 중심의 강제송환을 지속하고 범죄수익 동결·환수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대규모 송환된 피의자들의 국내 형사재판이 본격화함에 따라 부패재산몰수특례법에 따른 피해자별 환부 절차 진행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