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현대화와 방역 설비 투자로 장치산업화된 양돈업을 중소·중견기업 수준의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편입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막대한 시설 투자와 부채를 짊어진 양돈농가가 세금 부담 때문에 세대교체 과정에서 농장을 쪼개거나 문을 닫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취지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인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양돈업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명시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26년 10월 21일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부동산 투기나 조세회피 목적의 편법 진입을 막기 위해 전담 심사위원회를 두고, 경영·사후관리 요건을 일반 기업보다 엄격하게 설정했다.

현행 세법 체계에서 축산업을 포함한 농어민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3에 규정된 ‘영농상속공제’를 주로 적용받는다. 그러나 영농상속공제의 최대 한도는 30억 원에 불과하다. 축사 신축과 스마트 설비, 냄새·분뇨 저감장치 설치 등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 자본 투입이 필수인 대형 양돈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령의 농장주가 사망한 뒤 상속세를 내지 못해 농장을 강제 매각하거나 폐업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생산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양돈업을 같은 법 제18조의2가 정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요건을 충족하면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어 승계 농가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세제 혜택의 문턱을 낮추는 대신 사후 통제 장치는 강화했다. 개정안은 일반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기준(경영기간 10년 이상)과 달리, 양돈업은 피상속인이 ‘30년 이상’ 직접 경영한 경우에만 혜택을 주도록 했다. 상속을 받은 뒤 경영과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10년’으로 못 박았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신설해 공제 적격성을 사전 심사·검증하도록 규정했다.

문금주 의원은 “양돈업은 365일 쉼 없이 작동하는 첨단 장치산업이자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축임에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세제 기준 탓에 폐업 위기로 내몰려 왔다”며 “청년 축산인들이 선대의 기술과 노하우를 안정적으로 이어받아 생산성을 높이고 밥상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이기홍)도 같은 날 환영 성명을 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양돈업계의 원활한 가업 승계가 가능해지는 한편, 엄격해진 사후관리 요건과 심사 절차를 둘러싸고 전문적인 세무·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