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정보시스템 먹통과 공항 관제 마비가 잇따라 발생하는 연쇄 복합재난에 대비해 관계기관 합동 실전 훈련을 진행했다. 자연재해나 전산 화재가 공공 행정 마비와 대형 교통사고로 번지는 연쇄 위험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및 한국공항공사와 공동 주관으로 2026년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복합재난 대응 합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5조에 따른 재난대비훈련과 범정부 안전한국훈련의 하나로 추진됐다.

산불 정전에 시스템 먹통…수기 행정으로 전환

첫날인 10월 21일 오후 2시에는 경북 김천 한국교통안전공단 본사에서 디지털 재난대응훈련이 열렸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국토지리정보원,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등 7개 기관 관계자 60여 명이 참여했다. 본사 인근 산불로 가공전선이 끊겨 정전이 발생하고, 비상발전기 과부하로 정보통신실에 화재가 나 자동차검사관리시스템과 국가자격시험관리시스템이 동시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참여 기관들은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맞춰 비상대응기구를 가동했다. 전산망이 멈춰도 자동차검사를 오프라인 수기로 전환해 접수하고, 국가자격시험 응시자를 위한 대체창구를 운영해 민원 불편을 줄이는 절차를 확인했다. 백업 데이터를 활용해 손상된 시스템을 복원하는 과정도 함께 검증했다.

김해공항 관제 두절에 항공기 사고 가상 대응

둘째 날인 10월 22일 오후 2시에는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 안전한국훈련이 이어졌다. 국토부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공군, 소방, 항공사, 지상조업사 등 22개 기관에서 약 300명이 훈련에 투입됐다. 악천후 속에서 김해공항 접근관제시설의 주·예비 시스템이 연쇄 장애를 일으켜 관제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뒤 항공기 사고로 이어지는 복합재난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훈련단은 위기경보 단계에 따라 상황판단회의를 소집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현장·지역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항공안전법 제83조 등에 근거한 비상관제 대책을 가동하는 한편, 사고 현장에 구조 인력을 투입해 유관기관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공조 체계를 점검했다.

정채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항행안전시설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국가핵심기반시설로, 장애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관계기관 합동 통합·연계 훈련을 통해 어떠한 비상 상황에서도 항공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실전 대응 역량을 철저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재난 유형 확대…매뉴얼 보완 나선다

정부가 이번 훈련에 나선 배경에는 단일 자연재해를 넘어 사회 기반시설 마비로 이어지는 복합재난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3년 11월 행정전산망 마비 사고 이후 1등급 핵심 정보시스템 장애가 법정 사회재난으로 편입되면서, 기관별 업무연속성계획 수립과 현장 훈련이 의무화됐다. 법조계에서도 대형 재난 발생 시 국가배상책임이나 공공기관의 과실 유무를 따질 때 매뉴얼과 업무연속성계획의 적정한 이행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다룬다.

국토부는 이번 훈련에서 드러난 미흡 사항과 개선 과제를 종합 분석해 행정정보시스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시스템별 업무연속성계획에 반영·보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