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에 국내 기업보다 평균 21배 많은 과징금을 부과해 국적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퀄컴 등 시장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의 중대 위반 사건이 포함되면서 빚어진 ‘평균의 함정’일 뿐, 국적과 무관하게 법령상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제재 수위를 정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2026년 10월 21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공정위는 기업의 국적에 관계없이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보고서와 통상 압박

이번 논란은 미국 워싱턴 D.C. 소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10월 19일 펴낸 보고서에서 촉발됐다. 중앙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ITIF는 2016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3,157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의 평균 과징금은 약 390억 원으로 한국 기업 전체 평균인 약 19억 원의 약 21배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ITIF는 이를 근거로 한국 공정위가 미국 빅테크를 부당하게 표적화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보복 조치 검토를 요구했다.

공정위 “대형 독점 사건 반영된 왜곡” 반박

공정위는 이러한 단순 산술평균 비교가 통계를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 과징금은 퀄컴 사건처럼 국내 시장 매출 규모가 막대하고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사건에 부과 상한이 높은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ITIF 분석 기간 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의 96.5%는 퀄컴, 구글, 쿠팡 등 3개 사 사건에 집중됐다.

반면 한국 기업 사건은 부과 상한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도급법·가맹사업법 위반과 영세 기업의 경미한 법 위반까지 모두 모수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평균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성격과 규모가 전혀 다른 사건들을 단순 평균해 차별 증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관련매출액 비례 산정은 글로벌 스탠다드”

제재 기준의 정당성도 강조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관련 고시는 위반행위로 직접·간접 영향을 받는 상품의 종류, 거래지역, 거래상대방 등을 따져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위반행위 관련 상품 서비스 매출액을 따지는 유럽연합(EU) 기준이나 미국 연방 양형 기준과 부합하는 방식”이라며 “관련매출액이 크면 과징금이 비례해 커질 뿐 국적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업 법무팀 실무 쟁점은

통상 마찰 우려 속에서도 공정위가 법 집행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테크 기업 사건에서는 ‘관련매출액의 획정 범위’가 최대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과 기업 법무팀 역시 행정조사 단계부터 국내 시장에 미친 실질적 영향과 제품군별 매출 분리 입증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