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취약지역의 분만·소아과·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필수의료 병원에 가업상속공제를 유지하고 최대 1,000억 원까지 상속재산을 공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가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일괄 제외하는 세제개편안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 필수의료 인프라를 지키겠다는 취지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은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명시하고 공제 요건을 정비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가 규정하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필수의료 업종 병원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상속세 감당 못 해 문 닫는 지역 병원 방지

현행법은 중소기업과 일정 규모 이하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고자 가업상속재산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운영 사업을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추진해 왔다.

의료계와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빠지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지방 병원들이 잇따라 폐업해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6년 기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중 개인병원은 1,928개소로 전체의 약 57.2%에 달하며 병상 비중도 42.8%를 차지한다. 병원은 의사면허 소지자가 직접 승계해야 하고 건물과 의료장비 등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아 편법적인 자산 상속이 어렵다는 특수성도 거론된다.

경영기간 20년으로 강화…한도는 최대 1,000억 원

개정안은 필수의료 병원의 공제 혜택을 유지하되 부실 승계 논란을 차단하고자 공제 요건 문턱을 높였다.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두 배 상향 조정했다. 20년 이상 장기간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유지한 경우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공제 한도는 피상속인의 경영 연수에 20억 원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며 최대 공제 한도는 1,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전문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가업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자격 여부를 엄격히 확인하는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문진석 의원은 "개정안은 지역 보건의료 제공 체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에 포함해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고 취약지 의료공백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세법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병원 업종 제외를 담은 정부 세법개정안과 함께 병합 심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