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 위기를 겪는 지역을 지원하는 ‘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의 구체적인 지정 기준이 마련됐다. 원청 노동자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약한 협력업체와 하청기업 노사의 목소리까지 계획 수립 단계부터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화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통상부와 공동으로 「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의 지정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2026년 10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11일간 행정예고했다. 이번 고시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48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에 따라 특별지구의 지정 요건과 신청 절차, 지원 체계의 세부 기준을 규정했다.
고시안에 따르면 특별지구는 관할 시·도지사가 시·군·구 단위로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에 각각 신청한다. 지역 생활권이나 산업 연계를 고려해 2개 이상의 시·군·구를 묶어 단일 지구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도지사는 신청에 앞서 산업·고용·경제 회복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관할 주민에게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특히 자체 계획을 마련할 때는 노사와 지역 주민은 물론,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협력업체와 하청기업 노사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도록 규정했다. 탄소배출 감축 정책에 따른 구조조정 충격이 취약한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참여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지정 요건과 판단 기준
특별지구로 지정되려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이라는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세 가지 선택 요건 가운데 하나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선택 요건은 고용환경이 크게 변화했거나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 기업의 생산량·가동률·매출액·영업이익률 감소 등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경우,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지정이 필요한 경우다.
심사 과정에서는 단순한 경기변동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진은 제외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구조적 전환’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특히 대상 기업의 직접 고용 인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청기업 등 연관 산업의 간접 고용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명시했다.
지원 내용과 운영 체계
지구로 지정되면 기본 2년간 실업 예방과 재취업 촉진을 위한 직업훈련, 기업 경영안정 자금, 대체산업 육성 및 투자 유치, 행정·금융·세제 지원 대책이 가동된다. 지정 만료 2개월 전 연장을 신청해 2년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고, 특별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1년 범위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해 최장 5년까지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지자체의 계획 수립과 자료 분석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을 중앙 ‘정의로운전환 지원센터’로 지정해 운영한다. 특별지구 지정 이후에는 지역 지원센터가 현장에서 실행계획 이행과 맞춤형 고용 사업 발굴을 전담한다.
배경과 향후 일정
이번 고시안 제정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등으로 고용 위기가 가시화된 지역의 우려를 덜기 위해 마련됐다. 충남 태안·보령과 경남 고성·하동 등 석탄발전소와 관련 협력업체가 밀집한 지역이 우선 검토 대상지로 꼽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특정 지역과 노동자, 취약계층에 집중돼선 안 된다”며 “충격이 예상되는 지역이 제때 특구로 지정되고, 필요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는 행정예고 기간에 관계 기관과 현장 노사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고시를 확정·공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 9월 16일 시행을 앞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과도 연계해 후속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